2023.6.1 이한세 <유배>
‘시인이 될 수 없다면 시처럼 살라‘ 류시화 시인의 시집 <시로 납치하다>에 나오는 말인데요, ’시가 무엇인지‘ 모르는 저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과제입니다. 어떤 시를 읽었을 때 시처럼 살고 싶다 라고 느껴질까요. 꾸미지 말고 편안하게 쓰라 하지만 자신있게 그 경계를 구분할 줄 모르네요. 느낌으로 알 것 같은 무엇을 글로서 쉽게 나타낼 수 있다면... 단지 ’이 시 참 좋다‘에서 한 번 두 번 더 읽다보면 어느새 ’ 시인의 생각 결이 나랑 비슷하네‘ 정도는 알수있지요. 어제는 <매거진 군산> 6월호 인터뷰 기사작성을 위해 주인공과의 녹음대화를 들으며 글을 정리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지역 정치인이지만 진짜 직업은 농부. 그런데 그의 풍부한 감성 덕분에 마치 농부시인과 대화하는 것 같았어요. 인터뷰 질문 중에 혹시 좋아하는 시가 있는 지를 물었는데요, 마침 이분도 류시화시인의 글을 좋아하더군요. 때론 저처럼 좋은 시를 지인들과 나누기도 한답니다. 농민운동을 하면서 현실정치의 긍정적 역할에 기대를 걸고 정치인으로 살아가지만 농사를 지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멋진 꿈도 있네요. 간간히 쓰는 글을 모아 ’출판사 창비에서 시집을 출간하고 싶다‘라고 말해서 더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책방을 한 후 만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자기 글을 쓰고 있고, 또 쓰고 싶어하는 것을 알지요. 꼭 책으로 출간하지 않아도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좋아서 쓴다는 분들이 더 많습니다. ’문화란 마당놀이‘ 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시 두 편을 받았어요. 농부, 정치인에 이어 그의 새로운 이름 ’시인‘을 응원합니다. 유월이 시작되었지요. 어제와 다른 자연의 품길따라 오르락 내리락 산책하며 한 해의 중심, 유월의 씨가 더욱더 단단해지도록 지도를 그려볼까 합니다. 오늘은 이한세 시인의 <유배(流配)>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유배(流配) - 이한세
나는 鉢山里에 유배되었다.
논밭을 일구며
행여
누가 올까 두리번 거리지만
온종일 나를 찾는 이 아무도 없고
높은 산 힘겹게 오른 해는 쉬이 넘어간다.
그래도
갑작스레 나를 찾아줄
그 누구를 위하여
찻물을 달이고
가끔은 막걸리도 받아놓지만
막걸리가 식초가 되고
찻물이 다 닳도록
아무도 찾는 이 없고
오늘은
사람이 그리워
괭이도 놓아버렸다.
*鉢山里(발산리) - 군산 대야(오일장으로 유명)면 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