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41

2023.5.29 이생진<바다에 오는 이유>

by 박모니카

사람의 눈으로 담아낼 수 있는 영상의 폭을 최대로 늘여 볼 수 있는 것이 있지요. 일명 '아이 맥시멈(Eye Maximum)'을 뜻하는 아이맥스(IMAX Corporation)의 필름영화. 효과를 더욱더 크게하기 위해 영화관의 객석도 계단식, 그것도 누운 자세로 거대한 영상을 관람하며 압도당하지요. 특히 SF영화를 볼 때면 관객은 마치 우주의 주인이 되는 듯한 착각을 할 만큼 영화주인공의 눈(Eye)으로 세상을 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아무리 제 눈을 잘 사용한다해도 평면관찰에 불과하니 다른 도구를 써야합니다. 어제 여행길에서 만난 환상적인 바다풍경역시 눈 속에 담기엔 정말 턱없이 아쉬웠습니다. 카메라의 옵션을 살려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도 사람의 눈 수정체가 모아들이는 자연의 생동감을 다 담지도 못하구요. ‘오늘 하루 은총이 있다면 저 바다 위, 성난 파도 위, 신비로운 해무 위, 바다를 밀고 솟아난 오름 위, 백 모래와 검 바위 위 등을 맘껏 볼 수 있는 개안(開眼)이길...’ 하고 속으로 소원을 말해보았답니다. 글쓰는 일의 과정에 꼭 들어가는 사고(思考)중 하나가 ‘궁금증’과 ‘용기’인데요, 어제도 그게 발동했어요. 처음으로 말(馬)과 눈빛도 마주하고 말의 갈기도 쓰다듬구요, 팔자에 없는 ‘애마 아줌마’가 되어 벗들의 사진에 담기기도 했네요. 말을 주업으로 생계를 꾸리는 촌부와의 대화도 즐거웠구요. 바닷가의 일몰을 기다리면서 코끝으로 불어오는 해초내음, 이름모를 편안함에 도취되어 저절로 숙소 이름 ‘cozy’를 생각하게 했답니다. 동네책방에 들러 시인 박연준씨의 산문<고요한포옹, 2023>을 사서 몇 줄 읽어보았어요. - 나는 이제 열정적 포개짐보다 고요한 포옹이 좋다. 당신이 간직한 금이 혹시 나로 인해 부서지지 않도록 가만가만 다가서는 포옹이 좋다 – 그래요, 이 나이쯤 되니 성난 모습으로 다가오는 파도도 나의 금 사이를 채워주는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처럼 느껴지고 ‘잘 살아가는거야’ 라고 위로했어요. 오늘은 연휴의 끝날이군요. 어제와 달리 소소한 물상에 내려앉은 바람결도 볼 만큼, 보여지는 모든 것을 세세히 바라보는 꼼꼼한 수정체가 되려합니다. 오늘도 좋은 날 만드시게요.

이생진 시인의 <바다에 오는 이유>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바다에 오는 이유 - 이생진


누군가를 만나러 온 것이 아니다

모두 버리러 왔다

몇 점의 가구와

한쪽으로 기울어진 인장과

내 나이와 이름을 버리고

나도

물처럼

떠 있고 싶어서 왔다

바다는 부자

하늘도 가지고

배도 가지고

갈매기도 가지고

그래도 무엇이 부족한지

날마다 칭얼거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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