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40

2023.5.28 임영준<여행>

by 박모니카

‘낯설음‘을 마주하는 일. 젊었을 때에는 겁이 많아서 그게 무엇인지 알고 싶어하지도 않았고 혹여라도 그 무엇이 다가오면 늘 눈을 감아버렸던 것 같아요. 결혼하고 소위 대한민국의 용감한 아줌마가 되어가면서 도망가려는 꼬리표는 떼어버렸죠. 언제부터인가 ’낯설음’을 찾아 마음속 자아를 꺼내 보는 일이 늘어났어요. 아마도 글쓰기를 시작하면서부터 일거예요. 세상의 시계는 도대체 얼마나 강력한 ‘빳데리(battery)’를 가진 것인지 두 개의 바늘이 돌아가는 모습이 보이지 않잖아요. 그러니 세상의 사물에 익숙해질 시간도 없이 매 순간이 낯선풍경이죠. ‘나이듬’을 주저하지 않는 법은 새로운 문명에 동화하는 것. 어제 벗들과 유명하지만 생경한 곳으로 밭갈이를 하러 오면서 저야말로 ‘낯섬’을 손으로 먼저 익히는 연습을 했어요. 심지어 말랭이 마을 어머님들이 하고싶어 하는 일, ‘음식점에 가서 키오스키로 주문하기’부터 모바일에 티켓저장하기 등. 밭갈이 도구로 그런 디지털 코드만 준비한 건 아니예요. 오랜만에 온전히 대중교통에 의지하면서 곳곳에서 비운전자의 편안함을 즐기기도 했네요. 오늘은 진짜 경작도구를 만나는 날. 밭갈이하면 생각나는 첫 번째 도구는 바로 ‘소’. 그의 어떤 모습이 제 낯설음에 채워질까요. 아니 저의 어떤 모습이 그의 낯설음에 인사할까요. 정말 궁금한 이 마음을 아는지 새벽과 동무한 희미한 실안개는 마치 낯선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 내려진 주렴같아요. 아침편지 글 쓰고 있다고 벗이 커피 한잔을 대접하네요. 향기있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어느새 방안이 퍼진 커피향기도 그들의 향기 같아요. 오늘도 저는 벗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즐겁게 경작 터에 다녀와서 즐건 얘기 들려드릴께요. 임영준 시인의 시 <여행>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여행 - 임영준


얼떨결에 떠나자

기대는 조금만 하고

눈은 크게 뜨고

짐은 줄이자


어디라도 좋겠지만

사람과 엉키지않는

순순한 곳이라면

만사를 팽개치고

뒷일도 접어두자


여정에 뛰어들어

보물이 드러나면

꿈꾸던 보자기마다

가득히 채워오자


문물을 얻지 말고

세상을 담아오자

태엽을 달아

늘어지게 우려먹자

돌아오면 바로

어디론가 곧

떠날 준비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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