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60

2023.6.17 이성복 <꽃 피는 시절>

by 박모니카

작은 텃밭에 가장 큰 기쁨을 안겨주는 감자. 올해도 얼마나 나올까를 생각하며 밭을 찾습니다. 텃밭농부 6년차, 감자처럼 효자 작물이 없답니다. 이리저리 흰 나비들이 감자꽃 위에서 쪽쪽거리며 나풀거리는데, 꽃잎따기가 미안하더군요. 감자알 조금 더 큰 거 나와달라고 꽃잎을 따야하나 잠깐 고민했습니다. 감자씨 심을 때는 하지감자라 생각하며 심었는데, 정작 하지때 감자수확은 힘들 것 같구요. 그래도 알알이 줄지어 나오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감자꽃, 오이꽃, 토마토꽃들에게 눈 맞춤하고 하늘이 낮다 커가는 옥수수 대, 땅이 좁다 퍼져가는 호박잎줄기 따라 저도 전신운동한번 하고 나니 땀이 범벅. 그래도 참 마음이 행복했습니다. 이런 기쁨이 참 행복 아닐까요. 오늘은 책방에 지인들이 온다해서, 어제 따온 오이와 상추로 삼겹살 점심을 준비합니다. 주말이면 말랭이 마을에 ‘어떤 손님이 와서 책을 고를까’를 생각해야 책방지기의 체면이 설 텐데, 저는 오로지 ‘누구랑 맛난 얘기를 할까’에만 관심이 있네요. 신기한 건 ‘누구’를 생각하는 제 맘이 전달되는지 그런 날은 책도 꼭 팔린답니다. 아마 오늘도 그런 일이 있을 것 같은 예감!! 중요한 건 친구들을 위해 맛난 점심을 준비해야죠. 오늘 또 하나 홍보하고 싶은 일, 군산문인협회에서 시극을 하네요. 시를 극으로 연출한 작품이라 해서 저도 구경 가볼까 해요. 무대에 서는 지인들이 많아서 그들의 공연에 축하의 박수라도 보내고 싶구요. 책방지기는 저절로 문화의 씨앗지기가 되나봅니다. 시간이 되는 대로 지역 문화공연을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장착되어 보초를 서는 저를 보니까요. 거리낌 없이 하늘 향해 땅을 향해 퍼져나가는 제 텃밭 작물들처럼 당신의 마음 밭에 영글어질 토요일 열매를 그려봅니다. 오늘도 오로지 좋은 일 즐거운 일만 가득하소서.

오늘은 이성복 시인의 <꽃 피는 시절>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꽃 피는 시절 - 이성복(1952-현, 경북상주)

멀리 있어도 나는 당신을 압니다

귀먹고 눈먼 당신은 추운 땅속을 헤매다

누군가의 입가에서 잔잔한 웃음이 되려 하셨지요

부르지 않아도 당신은 옵니다

생각지 않아도, 꿈꾸지 않아도 당신은 옵니다

당신이 올 때면 먼발치 마른 흙더미도 고개를 듭니다

당신은 지금 내 안에 있습니다

당신은 나를 알지 못하고

나를 벗고 싶어 몸부림하지만


내게서 당신이 떠나갈 때면

내 목은 갈라지고 실핏줄 터지고

내 눈, 내 귀, 거덜난 몸뚱이 갈갈이 찢어지고

나는 울고 싶고, 웃고 싶고, 토하고 싶고

벌컥벌컥 물사발 들이키고 싶고 길길이 날뛰며

절편보다 희고 고운 당신을 잎잎이, 뱉아낼 테지만

부서지고 무너지며 당신을 보내는 일 아득합니다

굳은 살가죽에 불 댕길 일 막막합니다

불탄 살가죽 뚫고 다시 태어날 일 꿈 같습니다

지금 당신은 내 안에 있지만

나는 당신을 어떻게 보내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조막만한 손으로 뻣센 내 가슴 쥐어 뜯으며 발 구르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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