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61

2023.6.18 고재종<늦은 6월>

by 박모니카

군산문인들과 인사를 나누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아마 이것도 책방이라도 하니 인연이 닿는거겠지요. 올해초 3월 책방 행사로 군산 시인들을 초대하여 그들이 자신의 시를 직접 낭송하는 자리를 만든적이 있었는데요. 어제는 시인들과 시낭송을 하는 분들의 합작으로 시극(詩劇, poetical drama)이라는 연극을 관람했습니다. ‘운문이나 시의 형식으로 쓰인 극’이라는 국어사전 표현이 있군요. 다른 지역에서도 근대시인들의 시로서 시극무대가 자주 있었네요. 이 시극을 군산에 처음 들여온 사람이 김영철 감독입니다. 얼마 전 대작 가무극 ‘고운 최치원’의 각본을 맡은 시인이기도 합니다. 시극의 주제는 ‘6월 애국을 담다’. 다른 때 같으면 애국이란 말에 너무 진부하다고 생각했겠지만 요즘 시국이 제정신이 아니어서 일부러라도 ‘애국’이란 두 글자를 담아야겠다 하는 맘까지 생겼습니다.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시극에 참여한 무대 배우들의 연기입니다. 평소에 가까이 알고 있는 지인들이 무대에서 시와 드라마의 요소를 강렬하게 호소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다른 그들의 색깔에 깜짝 놀랐어요. ‘아, 저 사람의 마음속에 저런 모습이 숨어 있었구나.’ 역시 사람의 마음속에는 또 다른 여러 실체가 살고 있나 봅니다. 함께 관람한 문우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 ‘군산에서 이런 시극을 한다는 것도 놀랍고, 시를 드라마로 연출하는 시도도 너무 새롭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답니다. 근대시인 한용운 윤동주 신석정을 비롯하여 일제강점기 때의 수많은 민초들까지 100여년 넘는 세월의 강물이 무대 위로 넘실거리며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몸과 맘을 적셔주었답니다. 하얀 백지장 위에 글자 하나로 쓰여졌던 시어들이 시극인들의 몸짓과 말소리로 찬란히 부활하여 6월 하늘을 나는 오색나비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시 쓰기는 물론이고 시 낭송, 시극과 같은 형태로 군산이 시를 사랑하는 문화공간으로 재탄생되기를 바래봅니다.

오늘은 고재종시인의 <늦은6월>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늦은 6월 - 고재종 (1957-현, 전남담양)


개망초 흰 꽃무리 꽃사래 쳐선

하늘가에 뭉게구름 피워올리고

뭉게구름 저편에 눈을 두고선

찬밥 몇술 삼키는 박영감 내외

발 아래 다랑논은 아직도 종종

심어논 어린 모는 바람에 살랑

시절은 미끈 6월 진초록인데

신작로엔 행락차량 즐비도 한데

우두둑대는 영감 내외 허리를 쓸며

온 들녘엔 쓰라린 쑥국새 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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