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62

2023.6.19 안도현<군산앞바다>

by 박모니카

지난 3일동안(금-일) 군산을 달군 축제 하나, ‘맥주축제’가 있었어요. 술과 거리는 멀지만 좋아하는 한 가수가 온다길래 친구랑 사부작거리며 걸어갔지요. 군산의 근대역사박물관 주차장이 커다란 돔(dome) 모양으로 변신해서 사람들이 가득, 깜짝 놀랐습니다. 군산은 대표적인 인구감소지역. 20년 전 귀향했을 때 금방이라도 큰 도시가 되는 줄 알았거든요. 해마다 명절 때나 되어야 사람 사는 곳인가보다 할 정도였는데, 이 축제현장에서는 젊은이들도 가득했습니다. 그러니 저도 저절로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 밖에요. 아마도 저 같은 맘으로 많은 중년들의 발걸음이 이곳으로 향했을거예요. 푸드트럭 음식도 신선, 판매인들의 써비스는 더 신선... 오랜만에 군산바닷가 바람맞으며 광장에 앉아 있었네요. 비록 가수의 얼굴도 못보고 돌아왔지만 핫도그 하나로 대학시절 축제현장으로 돌아간 듯 즐거웠습니다. 군산행정이 늘 고민하는 동네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제 아버지의 배가 들고 날던 째보선창부터 해망동선창까지의 길. 제 나이 정도면 이곳에 대한 추억 한두 장면은 거의 가지고 있을 정도로 수 많은 이야기가 퍼 올려지는 곳입니다. 화려했던 영화를 가진 군산 구도심 곳곳이 이제는 말 그대로 황폐해진 유리창 입구만 남았습니다. 균형된 도시계획으로 아름다운 도심거리를 만들고 싶은 맘이 시 행정을 포함하여 누구에게나 있겠지요. 책방을 중심으로 걸어서 30분 이내에 있는 월명산, 역사박물관, 선창가, 옛 중앙도심만 잘 연결해도 충분히 관광객이 저절로 머무르고 싶은 진국같은 군산 이야기 길이 될 것입니다. 맥주축제 무대를 보면서 가수의 노래도 듣고, 토요일 보았던 시극의 한 편도 올리며, 지역민과 외부인이 하나 되는 무대였으면 더 좋았겠다 라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하여튼 오랜만에 군산광장에 불어온 서해바람은 사람들 향기에 취해서 ‘내 마음 갈 길을 잃어’라며 자폭하고 머물렀을 겁니다.

오늘은 안도현 시인의 <군산 앞바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군산 앞바다 – 안도현(1961-현, 경북예천)


올 때마다 가라앉는 것 같다

군산 앞바다,

시커먼 물이 돌이킬 수 없도록

금강 하구쪽에서 오면

꾸역꾸역, 수면에 배를 깔고

수만 마리 죽은 갈매기떼도 온다

사랑도 역사도 흉터투성이다

그것을 아등바등, 지우려고 하지 않는 바다는

늘 자기반성하는 것 같다

이 엉망진창 속에 닻을 내리고

물결에 몸을 뜯어먹히는 게 즐거운

낡은 선박 몇 척,

입술이 부르튼 깃발을 달고

오래 시달린 자들이 지니는 견결한 슬픔을 놓지 못하여

기어이 놓지 못하여 검은 멍이 드는 서해

6.19맥주축제1.jpg
6.19맥주축제2.jpg
6.19맥주축제3.jpg 올해의 성황을 거울삼아, 내년에도 군산 바다를 기억하는 축제 마당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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