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6.19 안도현<군산앞바다>
지난 3일동안(금-일) 군산을 달군 축제 하나, ‘맥주축제’가 있었어요. 술과 거리는 멀지만 좋아하는 한 가수가 온다길래 친구랑 사부작거리며 걸어갔지요. 군산의 근대역사박물관 주차장이 커다란 돔(dome) 모양으로 변신해서 사람들이 가득, 깜짝 놀랐습니다. 군산은 대표적인 인구감소지역. 20년 전 귀향했을 때 금방이라도 큰 도시가 되는 줄 알았거든요. 해마다 명절 때나 되어야 사람 사는 곳인가보다 할 정도였는데, 이 축제현장에서는 젊은이들도 가득했습니다. 그러니 저도 저절로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 밖에요. 아마도 저 같은 맘으로 많은 중년들의 발걸음이 이곳으로 향했을거예요. 푸드트럭 음식도 신선, 판매인들의 써비스는 더 신선... 오랜만에 군산바닷가 바람맞으며 광장에 앉아 있었네요. 비록 가수의 얼굴도 못보고 돌아왔지만 핫도그 하나로 대학시절 축제현장으로 돌아간 듯 즐거웠습니다. 군산행정이 늘 고민하는 동네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제 아버지의 배가 들고 날던 째보선창부터 해망동선창까지의 길. 제 나이 정도면 이곳에 대한 추억 한두 장면은 거의 가지고 있을 정도로 수 많은 이야기가 퍼 올려지는 곳입니다. 화려했던 영화를 가진 군산 구도심 곳곳이 이제는 말 그대로 황폐해진 유리창 입구만 남았습니다. 균형된 도시계획으로 아름다운 도심거리를 만들고 싶은 맘이 시 행정을 포함하여 누구에게나 있겠지요. 책방을 중심으로 걸어서 30분 이내에 있는 월명산, 역사박물관, 선창가, 옛 중앙도심만 잘 연결해도 충분히 관광객이 저절로 머무르고 싶은 진국같은 군산 이야기 길이 될 것입니다. 맥주축제 무대를 보면서 가수의 노래도 듣고, 토요일 보았던 시극의 한 편도 올리며, 지역민과 외부인이 하나 되는 무대였으면 더 좋았겠다 라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하여튼 오랜만에 군산광장에 불어온 서해바람은 사람들 향기에 취해서 ‘내 마음 갈 길을 잃어’라며 자폭하고 머물렀을 겁니다.
오늘은 안도현 시인의 <군산 앞바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군산 앞바다 – 안도현(1961-현, 경북예천)
올 때마다 가라앉는 것 같다
군산 앞바다,
시커먼 물이 돌이킬 수 없도록
금강 하구쪽에서 오면
꾸역꾸역, 수면에 배를 깔고
수만 마리 죽은 갈매기떼도 온다
사랑도 역사도 흉터투성이다
그것을 아등바등, 지우려고 하지 않는 바다는
늘 자기반성하는 것 같다
이 엉망진창 속에 닻을 내리고
물결에 몸을 뜯어먹히는 게 즐거운
낡은 선박 몇 척,
입술이 부르튼 깃발을 달고
오래 시달린 자들이 지니는 견결한 슬픔을 놓지 못하여
기어이 놓지 못하여 검은 멍이 드는 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