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6.30 곽재구<소나기>
책방에 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하죠. ’뷰가 정말 좋네요‘ 길거리에 내걸린 아파트 홍보 플래카드 문구에서도 ’최고의 뷰(wiew)’강조하고, 부동산의 가치 1등 기준이 되는 거 같아요. 땅에서 발이 높아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으로 지금까지 5층 이상으로 올라가 살아본 적이 없었는데, 나이들면서 마음이 달라져 두려움도 멀어지네요. 언젠가 나도 그런 곳에서 살날이 있을까... 하여튼 책방에서 바라보는 자연 풍광 덕분에 책방도 호강받아요. 어제같이 장대비가 쏟아지는 때는 더욱더 사랑스럽구요. 무엇보다 온전히 저만의 시공간이 연출되어 깊은 안개 숲속에 사는 요정같은 기분에 취하죠.(스스로 이런 표현을 쓰는 걸 보니 확실히 제가 주책스럽고 낯이 두꺼워졌어요^^) 바람도 제 마음을 보는 듯 기세좋은 빗방울들을 다잡아 곧게 아래로 아래로만 내리도록 도와주더군요. 오랫동안 빗 방울과 소리를 들었습니다. 우르르 쾅쾅거리는 천둥소리와 번개빛도 제 정신을 맑게 해주는 벗이 되었구요. 이 풍경을 배경삼아 읽었던 책, 전 전북교육감 김승환작가의 신작 <나의 이데올로기는 오직 아이들>. 교육감이 하신 일 중, 저도 역시 제 일인 양 치열하게 살았던 몇몇 장면들이 떠올랐습니다. 책의 부제처럼 치열하고 유쾌했던 시간들, 그때의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 분이 가까이 계셔서 참 좋은 인연입니다. ‘벌써 유월 마지막이야?’ 라는 놀람이 맨 앞자리에 앉아서 저를 바라보는 군요. 시작의 또 다른 얼굴인 ‘끝’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잘 살았지? 그래 열심히 잘 살았어. 정말 수고했어.’ 라고 칭찬해줍니다. 6월 달력을 열고 빽빽이 써있는 일정들을 살피며 만났던 사람들과 그 사연들을 다시 듣습니다. 혹여나 놓치고 보내버린 일들이 있을까 싶어 돋보기로 들락날락거리며 살피구요. 있다면 ‘내일’에게 잘 전해주렵니다. 혹여라도 당신의 6월 신발 끈이 풀어져 있더라도 걱정마세요. 다시 매면 되니까요.
오늘은 곽재구 시인의 <소나기>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소나기 – 곽재구(1954-현, 전남광주)
(연화리 시편 25)
저물 무렵
소나기를 만난 사람들은
알지
누군가를 고즈넉이 그리워하며
미루나무 아래 앉아 다리쉼을 하다가
그때 쏟아지는 소나기를 바라본
사람들은 알지
자신을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격정이라는 것을
사랑하는 이를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분노라는 것을
그 소나기에
가슴을 적신 사랑이라면 알지
자신을 속이고 사랑하는 이를 속이는 것이
또한 얼마나 쓸쓸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