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74

2023.7.1 전재복 <빗물2>

by 박모니카

글이란 세대를 넘어선 공감(共感)과 소통(疏通)의 대표적 상징입니다. 그래서 인류역사에 남겨져 있는 수많은 언어를 해석하여 이를 제 나라의 언어로 번역하여 읽히는 일. 참으로 대단하고 멋진 일이죠. 저도 젊은 시절 영어동화책, 전공책, 타인의 영어논문 등을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들에 열정을 쏟은 적이 있구요. 번역가가 꿈인 적도 있구요. 요즘이야 번역기계가 모든 것을 대행해주니 직업이나 흥미로서는 참 시시한 세상이 되었지만요. 그런데 어제의 글쓰기 모임에서는 글과 말이 펼치는 위력을 다시한번 읽었습니다. 지난주 문우들과 함께 다녀온 전주도서관의 기행문이 제출되어 같은 주제로 서로 다른 글을 읽고 합평하는 즐거움이 있었답니다. 남의 글을 평가하는 데 얼마나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지, 해 보신분들은 아실거예요. 그럼에도 글을 쓰는 사람은 타인의 글을 자세히 읽고 공감하여 그 글에 무엇이 보충되면 좋겠다는 평을 다는데 용기를 넣어줍니다. 또, 진정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타인의 지적에 서운해하지 않고 그의 평가에 고마움을 배경삼아 분명 더 좋은 글을 재탄생시키기도 합니다. 책 읽기 모임, 글쓰기 모임의 공통된 현상이기도 하지요. ‘다름을 인정하고 조언을 승화시키는 것’ 입말이 능한 사람은 글말의 재료가 풍부한 사람. 모임을 하다보면 서로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입말들이 한순간에 먼 훗날 추억이 될 글말의 조각보로 태어납니다. 참 신통방통하지요. 책방의 글쓰기 모임을 주관한 일, 이 역시 ‘참 잘한 일’이라고 스스로 손 등위에 ‘잘했어요’라는 스탬프 도장을 찍어준 하루였습니다. 요즘 생태다큐영화 ‘수라’가 인기입니다. 지역의 새만금과 조사단들의 긴 역사를 담고 있는 이 영화의 일등공신은 아름다운 영상이예요. 오늘은 수라갯벌안으로 직접 발 담그는 시간이 있군요. 수라(비단위에 놓여진 수)에서 한 땀 한 땀의 수를 놓으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려내고 있는 생물들을 만날예정입니다. 푸른 도복을 입고 장성한 모습으로 찾아온 칠월 첫날. 당신의 손으로 직접 수를 놓아보세요.

오늘은 전재복 시인의 <빗물2>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빗물 2 – 전재복(1951-현, 전북군산)


나는

폭염을 가르며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줄기

사정없이 내리꽂히더니

시골집 마당엔 누런 흙탕물들이

끼리끼리 모여서

새길을 놓는다


뽀글뽀글 물풍선을

띄우기도 하고

만만한 풀잎을 쓰러뜨려놓고

기세 좋게 내달리다가

조막만 한 돌멩이 앞에선

몸을 사리며 돌아서 간다


적당히 군림하며

알아서 순종하는 영특함

반백 년을 훌쩍 넘게

시간을 축내고도

매양 갈팡대는 나보다

한줄기 소낙비로 나타난 그들은

얼마나 영악스런가

요리조리 잘도 피해가며

제 길을 간다


<전재복 세번째 시집, 연잎에 비가 내리면 중에서>

7.1전재복2.jpg


7.1전재복1.jpg 전재복시인의 아름다운 정원에서... 시집도 선물 받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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