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75

2023.7.2 정희성<저문강에 삽을 씻고>

by 박모니카


소위 ‘환경운동’을 한다는 사람들의 마음속 길은 어떻게 생겼을까. 얼마나 섬세하고 고와야 손톱만한 ‘게’ 한마리에게도 열배 백배의 갈 길을 먼저 내어줄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지역환경운동가로서 갯벌, 새, 동식물 등, 자연생물의 소중함을 알리려고 잡았던 망원경과 카메라에 이십년이라는 세월의 흔적를 남긴 지인들. 영화 ‘수라’를 보고 영화의 현장 달려와 체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소식은 이런 환경운동을 하는 이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묻힐 수 있었던 이들의 활동이 영화 하나로 세상에 알려져서 그동안의 시간에 위로가 되어 반갑기도 하고, 영화의 영상 속 아름다움에만 몰두한 청중들에게는 삭막하게 잡초 우거진 원시형 갯벌을 보고 기대했던 낭만이 사라지는 우려가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수라갯벌체험을 희망해서 전국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은 그 넓은 마지막 갯벌이 미군의 땅으로 될 위기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분기탱천하여 과감히 뻘 속으로 발을 담그고 걸어갑니다. 인간 본능 중 하나, 시대의 흐름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습니다. 특히 자녀에게 생생한 교육현장을 체화하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남다른 모습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갯벌횡단 왕복 후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도 울먹거리며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감정이 솟구치는 사람도 많습니다. 특히 이런저런 자연환경보존 활동을 하는 사람들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아무리 외쳐도 결국은 국가권력자, 개발론자, 가진자 들의 세상으로 바꿔지더라. 그럴지라도 우리는 보고 알리고 외쳐야 한다.’에 이르면 모두가 가슴에 멍울과 눈물방울이 가득찹니다. 그래요... 이 평범한 사람들의 한 발자욱과 눈물 한방울이 모여야 만물의 젖줄기인 강이 되지 않겠습니까. 자연환경, 생태환경, 인문환경에 눈 뜨고 알리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30년이 넘도록 제 구실을 못하는 새만금(금강 동진강 만경강이 만나는 곳)이 지금이라도 제 이름대로 불려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정희성 시인의 <저문 강에 삽을 씻고>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희성 (1945-현, 경남창원)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 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수라갯벌을 바라보는 가마우지 서식지- 큰 산의 모습이 다 깍여져있네요.
수라갯벌- 저 멀리 가마우지서식지, 미군부대, 옥구의 삶이 보이네요. 하늘아래서는 모두가 평등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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