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7.3 정호승 <꽃과 돈>
생일축하를 받는 일은 언제나 행복하지요. 오늘은 제 학원의 생일이랍니다. 욕심많게 별거 다 원한다구요? 하하하...해마다 학생들에게 학원이름을 이용해서 짧게는 삼행시 길게는 칠행시까지 글짓기를 하지요. 영어실력이 나은 학생은 영어로, 이제 온 신입생들은 한글로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제공한 학생들에게 선물도 주고요. 오늘의 행사를 잊지 마시라고 선생님들에게 새벽부터 톡글을 남겼네요. 유별난 원장이라고 속으로 욕할지도 모르겠다 싶어도요~~ 발등에 불 떨어진 듯 마무리 해야할 기사들이 있어서 나름 손가락이 바쁜 새벽입니다. 인터뷰 한 내용을 다시 듣고 정리하는 일, 시간과 에너지가 엄청 들어요. 그래도 저를 믿고 말씀나눠준 분들을 위해 꼼꼼히 재생하는 작업에 몰두합니다. 오늘은 말랭이 문해교육수업날. 어느덧 삼분의 이 지점으로 들어왔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드리는 중 ‘말랭이 사람들 시낭송’을 해보겠다 했는데, ‘아고야, 어떻게’ 하시면서도 ‘안한다‘라고 하지 않으셔서 내심 안도했습니다. 말랭이마을 분들과 이런 저런 활동을 함꼐 한 예술작가들은 한결같이 말씀하시더군요. ’정말 정이 많고 열정이 넘치는 분들이라 무엇을 해도 재미있었다‘고요. 지금 제가 느끼는 감정과 같아요.이분들의 주인의식과 자존감은 아름다운 마을문화의 장축입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마을 곗날에 팔순을 맞은 어머님 초청으로 수박 한덩이 들고 갔다가 엄청난 잔치상을 받고 왔습니다. 배부르게 먹고 나오는 길에도 잡채니 고기 요리를 봉투에 담아 손에 쥐어주셨구요. 마을 사람들이 거의 오셔서 서로 축하해주는 모습. 요즘 어느 마을에서도 보기 어려운 광경이고 참 행복이 이곳에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아마 오늘 수업 시간에서도 이 분위기가 지속되지 않을까 싶네요^^ 오늘도 또 다시 태어난 날. 만나는 분마다, 생각나는 분마다 축하의 글 하나씩 날려주세요. 말과 글 한마디의 힘.. 언젠가 당신의 삶에 꽃 피워줄거예요. 오늘은 정호승 시인의 <꽃과 돈>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꽃과 돈 – 정호승(1950-현, 경남하동)
돈을 벌어야 사람이
꽃으로 피어나는 시대를
나는 너무나 오래 살아왔다
돈이 있어야 꽃이
꽃으로 피어나는 시대를
나는 죽지 않고
너무나 오래 살아왔다
이제 죽기 전에
내가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은
꽃을 빨래하는 일이다.
꽃에 묻은 돈의 때를
정성 들여 비누칠해서 벗기고
무명옷처럼 빳빳하게 풀을 먹이고
꽃을 다림질하는 일이다
그리하여 죽기전에
내가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은
돈을 불태우는 일이다
돈의 잿가루를 밭에 뿌려서
꽃이 돈으로 피어나는 시대에
다시 연꽃 같은
맑은 꽃을 피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