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7.9 이기철 <따뜻한 책>
책이 있는 공간에 대한 표현은 여러 가지. 가장 쉬운 말 ’책방‘부터 ‘서점’ ‘서고’ ‘서사’ ‘책사’ ‘서관’ ‘서림’ ‘서재’ ... 이 중 ‘서재(書齋)’라는 말에는 왠지 독서하는 이의 깊은 내공과 고고함이 숨어 있을 듯한 느낌이랄까요. 최근에 김언호씨의 <서재탐험>을 읽으며 사회 유명인들의 책 공간을 찾아 구경하는 시간이 있었네요. ‘우리시대 독서가들과 책의 숲을 걷다‘라는 부제처럼 시인 장석주, 영화감독 박찬욱, 작가 유시민, 피아니스트 손열음, 서예가 박원규 외 여러 인사들의 책 사랑이야기가 재밌게 펼쳐져 있습니다. 어제밤 책방둘레길을 산책하면서 학교앞 서점 하나가 늦은 시간인데도 불이 환히 켜져 있는걸 보았습니다. 언뜻 보기에도 각 과목 문제지가 가득히 쌓여있더군요. 갑자기 이곳에 ’시집‘과 ’소설‘이 가득할 순 없을까. ’인문‘ ’철학‘ ’과학‘ ’예술‘ 분야의 책들이 매대에 먼저 놓여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방으로 돌아와 제 발 한치 내에 들어오는 공간을 둘러보며 새삼 ’서재‘라는 단어를 붙여보며 책 한 권을 들고 읽다가 잠이 들었나 봅니다. 옆에서 잠자는 딸래미 머리맡엔 이어령씨의 <눈물 한 방울>, 이 책에서도 하늘로 돌아가는 학자의 책에 대한 애착이 눈물 한 방울로 표현되어 있는데요, 제 딸은 그 의미가 저만큼 와닿을까요. 책방에도 어김없이 새벽은 찾아오고 풀벌레소리는 낭낭합니다. 어제 글램핑(정말 우아한 캠핑장??)인가 하는 곳에서 후배님들이 차려준 저녁상에 아직도 속이 든든하니 아침편지 쓰는 정신에 새 힘이 솟아나는군요. 캠핑장은 째보선창과 금강하구길 풍경따라 나란히 서 있었는데, 뒤 곁으로 가보니 철판 하나로 제가 살던 집터가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부모님과 제 형제들의 보금자리. 아주 먼 옛날 어린시절 발꿈치를 들고 바닷물 들고 나던 것을 본 기억. 바로 이 자리였네요. 올여름에 옛집도 추억할겸 다시한번 아이들과 와 볼까~~~ 일정표에 적어봅니다. 오늘은 이기철 시인의 <따뜻한 책>을 다시한번 들려드려요. 봄날의산책 모니카
따뜻한 책 - 이기철
행간을 지나온 말들이 밥처럼 따뜻하다
한 마디 말이 한 그릇 밥이 될 때
마음의 쌀 씻는 소리가 세상을 씻는다
글자들의 숨 쉬는 소리가 피 속을 지날 때
글자들은 제 뼈를 녹여 마음의 단백이 된다
서서 읽는 사람아
내가 의자가 되어줄 게 내 위에 앉아라
우리 눈이 닿을 때까지 참고 기다린 글자들
말들이 마음의 건반 위를 뛰어다니는 것은
세계의 잠을 깨우는 언어의 발자국 소리다
엽록처럼 살아 있는 예지들이
책 밖으로 뛰어나와 불빛이 된다
글자들은 늘 신생을 꿈꾼다
마음의 쟁반에 담기는 한 알 비타민의 말들
책이라는 말이 세상을 가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