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7.11 원무현<해바라기>
여름꽃잎 중 가장 큰 얼굴은 아마도 ‘해바라기’아닐까요. 4월 어느날인가 말랭이뒷길을 오르는데 어른들이 모여 빈 공터를 다듬고 있더군요. 무슨 일인가 싶어 가까이 가보니, 땅을 일구어 꽃씨를 심으려고 한다고 하셨어요. 어차피 잡초로 우거진 땅, 마을에 사람들이 많이 놀러오니 이왕이면 깨끗이 청소도 하고 꽃도 보면 좋겠다는 의견이 모아졌었다네요. 그때 심었던 꽃들은 코스모스와 해바라기 였어요. 지난주 어르신 문해교육과제 중 하나가 ‘우리가 심은 꽃을 보고 시 짓기’가 있었는데요, 어제는 숙제를 해 오신 분들의 발표시간이 있었답니다. 매회 차마다 칭찬하는 일, ‘글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두려움이 점점 사라지는 모습’이랍니다. 문해수업도 절반이 훌쩍 넘어서 앞으로 당신들의 작품을 전시할 준비를 위해 몇 가지 얘기도 했지요. 다른 지역 어른들이 직접 쓴 시화집도 보여드리고, 책 이야기의 일부를 들려드리구요. ‘아, 그런 얘기도 시여? 우리얘기랑 비슷하고만. 우리도 할 만 허겄어’ 등의 긍정적 에너지를 발산하셨지요. 당연히 할만하실 뿐만아니라, 하고도 남을, 그것도 잘 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격려했습니다. 숙제를 해오신 한 어머님의 시를 들려드릴까요. 제목 ‘해바라기 순정’의 일부입니다. - 해바라기는 떠나간 임을 기다리는 얼굴 / 날마다 한 곳만 바라보는 노랑 빛깔을 띄는 예쁜얼굴 / 해를 기다려서 해바라기 인지 / 임을 기다려서 해바라기 인지 / 그 이름누가 지었는지 궁금하네 – 1연만 보여 드릴께요. 가을 시화전에 완본을 들을 수 있으실거예요^^ 이런시가 참 시 아닌가요. 유명 출판사에서 나온 신작을 읽는데, 제 역량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아 결국 중간쯤 책을 덮었답니다. 제가 신세대 감성이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지요. 하지만 천년, 이 천년 전에 쓰여진 한시를 읽을때 그때의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제가 엄청난 신세대. 그런데 그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질 때도 많습니다. 비록 한자어를 몰라서 버벅거리기도 하지만요~~ 좋은 글은 시대, 세대와 무관하게 ‘쉽게 읽히고 오래 기억될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르치는 즐거움이 좋아서 시작한 이 교육 덕분에 저야말로 참 지혜를 배우는 행운을 갖게 되었답니다. 오늘은 원무현시인의 <해바라기>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해바라기 – 원무현(1963-현, 경북성주)
아버지
뽕밭에 묻어야 했던 날
나와 어린 동생은 장맛비 속에
하염없이 고개를 꺾었지요
바람 앞에 촛불처럼 겨우 붙어 있던 목
추스르신 어머니
아픈 목을 쓸어안으며
팍팍한 세상 잘 떠났지 뭐
죽은 사람은 죽은 것이고
산사람은 살아야지
팽! 코를 푸실 때
쪼개진 구름 사이에서
색종이 같은 햇살이 쏟아져 내렸지요
어머니는 기다렸다는 듯이
얘들아 해바라기 같은 내 새끼들아
고개 빳빳이 세우고 저기
저기 해 좀 보아
아무리 보아도 어머니
어머니 눈엔 아버지 얼굴만 떠있었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