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85

2023.7.12 이해인 <신발을 신으며>

by 박모니카

초복맞이 ‘복달임‘ 테이프 잘 끊으셨지요. 여름더위가 드디어 우리 삶을 장악하기 시작하네요. 지금 같은 새벽의 맑은 기운을 두 팔 벌려 받아두어야 한낮의 더위를 삭히겠지요. 더불어 복달임 음식으로 허해진 몸을 잘 보살펴야 할 때입니다. 저는 월요일부터 연이틀 지인들과 맛난 점심을 함께 먹으면서 보양을 잘 했답니다. 사실, 보양 핑계로 너무 먹는 것이 문제지요^^ 그래도 잘 먹은 점심 한 끼는 밤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일상을 즐겁게 견디는 힘이 되어주지요. 예전에는 고상하게 들릴까 싶어서 ’잘 살기 위해서 먹는다‘라 했다면 지금은 무조건 ’잘 먹기 위해서 산다‘라는 말에 일침을 놓습니다. 엄청난 차이가 있는 말인 것 같았는데 지금의 나이 줄에 서서 바라보니 그 말이 그 말, 둘 다 다른 말도 아니요, 틀린 말도 아닌 옳은 말입니다. 마음과 몸이 하나여서 뗄 수 없는 것처럼, ’산다‘와 ’먹는다‘도 한 몸이니까요. 오늘도 맛난 점심 먹고 매일 보양하는 여름나기 광장으로 들어가렵니다. 또 하나의 복달임 영양제 하나 알려드릴까요. ’닥치고 무조건 책 읽기‘라는 책 제목이 생각나네요. 그 중 ’시 읽기‘를 권합니다. 어제 밤에도 고전 한시부터 현대 시까지 아무 페이지나 열고 읽었습니다. 시 낭송가들은 열심히 암기도 하지만 전 그냥 그 시어들을 욕심없이 만납니다. 읽다가 잠이 들어도 좋고, 갑자기 외우고 싶은 맘이 들어도 좋고, 또 갑자기 필사하고 싶은 맘이 들어도 좋고요, 다만 한 구절이 제 맘을 이끌어 아침편지로 당첨시키고 싶은 맘 하나는 있지요. 신기하게 이 시간들은 계절의 들고 남이 없는 듯한 낙원(樂園)세상입니다. 잘살든 못살든, 잘났든 못났든 누구에게나 24시간 평등하게 주어진 시간. 한순간이라도, 꿈속에서라도 내가 만드는 시공(時空)이 진정한 ’나를 키우는 일‘. 그 길은 바로 시 한편씩 읽어보는 일. 아침편지 받으시는 당신에게 시 한편 올리는 일은 참 행복으로 가는 길이네요.

오늘은 이해인 시인의 <신발을 신으며>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신발을 신으며 – 이해인(1945-현, 강원도 양구)


발에 신으면 발신이지

왜 신발이냐고 우기던

어린 조카의 말을 생각하며

신발을 신습니다

무거운 나를 가볍게 지고 갈

나의 신발에게 늘 고맙다는 말

잊지 않으면서 하루의 길을 가면

더욱 정겹게 살아오는 나의 이웃

반갑게 웃어주는 거리의 풍경

날마다 낮은 자세로 신발을 신으면

높은 곳에 있던 행복도

굽 낮은 신발을 신고

사뿐히 겸손하게 내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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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2독서2.jpg 밤 산책을 함께 하는 딸아이에게... '독서만이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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