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87

2023.7.14 이성복 <무언가 아름다운 것>

by 박모니카

정말 줄기차게도 비가 내리네요. 새벽 3시경 계곡에 온 듯한 스산함과 물소리에 귀가 먼저 열렸답니다. 지난밤 읽다가 덮여진 책 <감히, 아름다움>에서 시인 김혜순이 말한 ‘시인은 귀로 시를 쓴다’ 덕분에 제 귀가 예민해졌나봐요. 지금 6시가 넘도록 내리는 장맛비, 군산 강수량이 엄청나군요. 동시에 서울 지역(작년 장마비 침수지역 등) 비 소식도 뉴스로 듣습니다. 모쪼록 장맛비로 인한 피해가 자연과 사람 모두에게 덜 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미 달아난 잠을 대신해서 과학자 최재천교수의 ‘아름다움’에 대한 ‘통섭의 원리’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말하는 ‘고유한 아름다움’이 서로 간 통섭의 길을 통해 다다르는 모습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그들의 말, 무척 흥미롭네요. 순간 어제 글쓰기 수업을 마치고 커피 한잔 마셨던 카페, 그곳 꽃들의 얼굴이 떠오르는군요. 세상에 예쁘지 않은 꽃이 없다 하지만 빗물에 찰랑거리는 꽃잎의 얼굴처럼 싱그럽고 빛나는 얼굴이 또 있을까요. 세찬 장맛비가 스치며 그 얼굴에 생채기라도 날까 싶지만 어쩌면 인간보다도 더 유연한 삶의 자세를 보여주는 꽃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또 저라도 얼굴 마주치며 눈길 주면 서로에게 위로가 될까 싶기도 했구요. 자연이 주는 ‘위로의 샘물’을 많이 저축해 놓아야 또 다른 누군가의 하소연, 억울함에 단물이 되는 위로를 줄 수 있겠구나 생각하는 아침입니다. 분주했던 한 주간을 덮는 금요일. ‘저녁에 술 한잔 할까. 차 한잔 할까’하며 당신을 찾은 누군가가 있다면 내치지 말고 당신의 귀를 열고, 위로의 말로 입을 여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이성복시인의 <무언가 아름다운 것>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무언가 아름다운 것 – 이성복(1952-현, 경북상주)


1

아침마다 꽃들은 피어났어요

밤새 옆구리가 결리거나

겨드랑이가 쑤시거나

밤새 아픈 것들은

뜬눈으로 잠 한숨 못 자고

아침엔 손를 뻗쳐

무심코 만져지는 것이

뭔가 아름다운 것인 줄 몰랐지요

2

저녁이면 꽃들이 누워 있었어요

이마에 붉은 칠을 하고요

넘어져 다쳤는지 몰라요

어쩌면 더 먼 곳에서 다쳐

이곳까지 와서 쓰러졌는지도

엎드리면 꽃들의 울음소리 들렸어요

난 꽃들이 등물하는 줄만 알았지요

7.14꽃얼굴1.jpg
7.14꽃얼굴2.jpg
7.14꽃얼굴3.jpg
7.14꽃얼굴4.jpg
7.14꽃얼굴5.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다시봄날편지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