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89

2023.7.16 이행숙<장마>

by 박모니카


장마비 피해가 갈수록 커지네요. 특히 경북 산사태에 따른 인명피해, 충청지역 댐 수위가 넘치는 월류현상으로 인한 피난, 오송지하차도 차량고립 등의 긴급뉴스가 일타로 들려옵니다. 어제까지 전북, 특히 이곳 군산의 강우량과 비 피해사황에만 집중했는데 더 큰 사고 소식만 들려오니 정말 걱정입니다.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보니 여전히 비방울이 살금거리는군요. 어제 새벽과 달리 산새들의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려서 이제 비가 좀 그치려나 싶은데 저 비구름 속에 들어있는 비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기댈 곳은 사람과 과학기구의 예측밖에 없는데 그것마저도 허무하게 들립니다. 이제 그만 이 엄청난 비가 멈춰지길 바랍니다. 어제 책방에서 이런저런 일도 하고 짧은 에세이 한권도 읽고, 최재천 교수가 전하는 공부의 즐거움에 대한 영상을 보고 있는데 반가운 지인 부부가 오셔서 차 한잔으로 마음을 나눴네요. 전국적으로 폭우로 인한 피해소식만 아니면 비오는 날 책방에서의 차담이 얼마나 멋진 모습인가요. 비 피해로 고생하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양심이 움찔했지만 그래도 세상 사는 얘기 나누며 인연의 선 하나 진하게 그었습니다. 그분들이 가신 후 갑자기 ’사진작가 배병우‘라는 분이 말하는 ’아름다움과 소나무 사진‘을 보는 순간 서천의 해송이 생각나더군요. 하여튼 겁 없이 주책 부리는 이놈의 생각이 문제입니다. 오히려 다행스럽게 차량시동에 문제가 있어서 움직일 수 없었네요. 대신 책방 가까이 있는 커피솝에 가서 썰물에 드러나는 갯벌과 종종거리는 새들의 모습을 보며 무거운 맘을 달랬답니다. 지난주 찾은 과수원에서는 수확된 맛난 복숭아를 받아먹기만 했는데 비로 인해 얼마나 낙과되었을지... 과수농사를 거두지 못하는 농부의 마음이 제 마음입니다.

오늘은 이행숙시인의 <장마>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장마 – 이행숙


하늘은 공평하다. 그 말 믿지 못하겠다.

강자에 부드럽고 약자에 모진 것이

성품이 여물지 못한 인간만은 아니다.


고층빌딩 기웃대던 세찬 빗줄기가

육중한 회색 건물 어찌할 수 없었던지

만만한 먹잇감 찾아 먼 산으로 달음질쳐


산 밑에 오두막 하나 낼름 말아먹고

땀 흘려 일궈놓은 논밭 곡식 쓸어간 후

하늘은 짐짓 모른 척 파란 얼굴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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