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90

2023.7.17 천상병 <장마>

by 박모니카

’오늘쯤이면.. 오늘부터라도...‘하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지만 여전히 비는 내립니다. 아직도 토해낼 것이 얼마나 많은지 간헐적으로 들리는 우르르 쿵 소리. 아침 뉴스에는 더 아픈 하늘 무너지는 소식들이 가득합니다. 큰 일이 있을때마다 천재(天災)냐 인재(人災)냐로 공방화살이 늘 나눠지는데요, 그 이전에 우리가 할 일은 사람에 대한 존엄한 마음을 다 하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의 삶 역시 한 순간(瞬間)위에서 말 그대로 ’눈 한번 깜박거리는‘ 시간속에 있구요, 내가 먼저다 라며 머리 내세울 일도 없고요. ’함께보고 함께사는 세상‘의 한 조각일 뿐입니다. 흔한 말로 ’있을 때 잘해‘라는 글귀에 명찰을 만들어 새로 시작하는 주간 첫날이 따뜻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말랭이마을 동네글방은 계속됩니다. 수업으로는 이제 서너번 남았군요. 지난주처럼 오늘도 어려운 받침이 있는 낱말을 쓰고 읽는 시간입니다. 초등학생이 처음 학교에 갔을 때, 선생님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일 ’받아쓰기‘. 저도 오늘 해보려합니다. 소위 소리와 글자의 공생(共生)관계를 몸으로 익히는 시간인거죠. ’맞다‘와 ’틀리다‘ 사이에 존재하는 배움의 기쁨(희열)을 통해 당신들의 노년이라는 계단이 튼튼해지길 원합니다. 오늘 하루도 오고가는 빗길에 경계하는 맘 놓지 마시구요, 이렇게 가슴 먹먹한 날 일수록 좋은 글로 보양하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천상병 시인의 <장마>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장마 – 천상병(1930-1993 경남마산)


7월 장마 비 오는 세상

다 함께 기 죽은 표정들

아예 새도 날지 않는다.


이런 날 회상(回想)은 안성맞춤

옛 친구 얼굴 아슴프레 하고

지금에사 그들 뭘 하고 있는가?


뜰에 핀 장미는 빨갛고

지붕 밑 제비집은 새끼 세 마리

치어다보며 이것저것 아프게 느낀다.


빗발과 빗발새에 보얗게 아롱지는

젊디젊은 날의 눈물이요 사랑

이 초로(初老)의 심사(思) 안타까워라


오늘 못 다하면 내일이라고

그런 되풀이, 눈앞 60고개

어이거나

이 초로의 불타는 회한(悔恨)

7.17장마2.jpg 책방 유리창에 얼룩덜룩 거리는 빗방울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다시봄날편지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