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7.18 맹교 <사려깊은 사귐>
오늘도 비는 여전히 내리네요. 이번 비는 우리나라도 세계적 기상이변에 들어선 나라임을 보여준다는 뉴스에 귀가 꽂힙니다. 예년의 장마나 태풍과는 분명 다른 색깔 띠를 보이고 있으니까요. 이번 홍수로 인해 사람의 목숨 뿐만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목숨‘ 두 글자에 애절함을 가득 넣어보는 아침입니다. 어제 잠시 얼굴 내민 푸른창공 안에 투명한 그림자로 쌍을 이루던 흰 구름의 하늘하늘한 모습이 있었는데요, 어서 빨리 태양빛 가득 머금은 여름 구름의 풍경을 즐기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어제도 말랭이 동네글방 수업이 있었어요, 말씀드린 것처럼 어려운 받침들이 들어있는 단어들을 받아쓰는 시험? 부터 시작했습니다. 이 시험이라는 제도는 참 묘하다 생각했어요. 그냥 교과서를 읽고, 그림책을 듣고, 자기 말을 할 때는 그렇게 긴장하지 않거든요. 지나친 긴장은 스트레스로 작동되어 화가 나기도 하고 무력해지기도 하지만, 약간의 긴장은 맛난 음식 맛을 내는 양념과 같은 기제를 발휘합니다. 어제 어머님들의 공부태도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보았어요. 하여튼 어머님들의 받아쓰기가 시작되었죠.
“지금 불러드리는 이 글자들은 글쓰는 작가들도 100점 맞지 못할 어려운 단어들이니, 한 자 한 자 글자의 모양을 써보시게요. 직접 쓴 글자를 보고 빨간펜으로 자신의 글자가 맞는지 틀리는지 확인하는 것도 재밌어요. 틀렸다고 속상해 하지 마시구요. 중요한 것은 틀린 글자일수록 오래동안 더 기억에 남는다는 사실이지요. 이왕에 하는 공부, 기억저장소에 오래 남으면 더 좋겠죠. 그래야 공부하는 맛이 있으니까요.“
전 항상 학생들 수업 때마다 ’딱 하나만이라도‘에 방점을 찍고 강의를 하는데요, 어제 어머님들 받아쓰기 수업의 묘미는 ’온몸에 느껴지는 쫄깃한 긴장과 공부의 재미‘를 함께 연결시켜 보는 것이었어요. 예상보다 훨씬 더 열렬한 리액션으로 따라오셔서 저야말로 즐거운 수업이었습니다. 이 받아쓰기 작품들은 언젠가 제 에세이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되겠지요, 또 한번 글의 소재를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또 어떤 모습으로 긴장이 찾아올까요. 아침부터 만날 분들이 많은데요, 누구를 만나든, 사람의 만남 그 자체가 제 몸의 영양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랜만에 한시 한편 올립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審交(심교) 사려 깊은 사귐 - 孟郊(당나라의 시인)
種樹須擇地(종수수택지) 나무를 심을 때는 모름지기 땅을 골라야 하니
惡土變木根(악토변목근) 땅이 좋지 않으면 뿌리가 상할 수 있음이로다
結交若失人(결교약실인) 만약 교분을 맺음에 안목 없어 사람을 놓치면
中道生謗言(중도생방언) 얼마 오래 가지 못해 헐뜯고 비방하게 되리라
君子芳桂性(군자방계성) 군자는 꽃다운 월계나무의 성품이 있어야하니
春榮冬更繁(춘영동갱번) 봄날의 영화가 겨울임에도 다시 번성하는도다
小人槿花心(소인근화심) 소인은 무궁화 꽃과 같은 마음을 지니고 있어
朝在夕不在(조재석부재) 아침에 활짝 피었다가 저녁이면 사라져버린다
莫躡冬氷堅(막섭동빙견) 겨울에는 단단한 얼음이라도 걷지 말아야함은
中有潛浪翻(중유잠랑번) 도중에 파도가 뒤집어 가라앉을 수 있음이다
唯當金石交(유당금석교) 오직 변치 않는 금석같은 사귐으로 어울려야
可以賢達論(가이현달론) 사물에 통달한 사람이라 말할 수 있음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