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92

2023.7.19 정현종 <여름날>

by 박모니카

일주일 이상 연속해서 날씨를 보며 하루의 일상을 미리 걱정하네요. 꿈속에선 오색깃털 달린 까치들이 전깃줄에서 종종거렸는데, 막상 눈을 뜨니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아 창문에 귀를 대고 기다렸답니다. 월명산에 있는 까치들은 ’물까치’라는 종인데요, 산에 사는데 왜 물까치냐고 물었더니, 처음 발견자(일본인)가 까치의 푸른 깃털빛을 보고 푸른 물을 떠올려 그렇게 지었다네요. 새 박사 얘기니 아마 맞을거예요^^ 폭우와 홍수로 나라 곳곳이 온통 상처와 할킨 자국들 뿐인데요, 언제 다 치유될까 걱정되지만 이 또한 시간이 해결해주겠지요. 이런 큰 재난을 보면 천지불인(天地不仁)인 것 같아도 사람과 자연의 경계에는 늘 천지의 ‘선함(어질인 仁)‘이 있었습니다. 다만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내 품어내는가에 따라 달리 보일 뿐이죠. 하늘에서 비를 쏟아내는 이유가 있고 또 그 결과가 선함으로 이어지는 것이 자연의 이치려니 생각하며 폭탄 같은 장맛비로 인해 상처를 입은 많은 분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오늘 새벽도 머리맡 책에 손을 내어 서문을 읽다보니 작가의 말 ’어찌어찌 해서 무슨 책을 10번을 읽었고, 그래서 자신의 삶에 큰 변화를 느껴서 책을 내었다‘가 써 있군요. 같은 책을 여러번 읽는 행위는 여러 가지로 본받을 요소가 있지만 갑자기 한 지인의 말이 생각납니다. ’한번을 읽어도 자신의 말과 글로 만들어내는 일. 앵무새처럼 타인의 것을 따라하지 않고 자신이 주인이 되는 일이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지요. 독서의 본질과 방향을 말해주어서 귀담아 들었답니다. 근데 돌아서면 마음이 한순간에 변덕을 부려 다부졌던 다짐이 어디론가 가버리고 없어요. 나이 들어가면서 빈도수가 늘어가니 큰일이네요^^ 그래서 사람을 만나 차 한잔을 하더라도 ’유익(有益)‘을 생각하나봅니다. 유익하면 욕망이란 글자가 떠오르고 또 할말이 많아지네요. 다음에 또 썰 풀겠습니다. 오늘도 유익한 사람과 맑은 하늘 공기 나누시길 바랍니다. 정현종 시인의 <여름날>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여름날 – 정현종(1939-현, 서울)


여름날 한가한 시간,

천둥은 구름 속에 굴러다니고

비는 쏟아지다 말다 하고

뻐꾸기 소리 들리는

여름날 오후,

그러한 때는 어떻든

유복하구나 은총이여.


한가한 시간도 천둥도

비도 뻐꾸기 소리도 다 보물이지만

그 합주에는 고만 다행증을 앓으며

한가함과 한몸

천둥과 한몸

비와 한몸

뻐꾸기 소리와 한몸으로

나도 우주에 넘치이느니.


둥글고 둥근 소리들이여

(자동차 소리나 무슨

사이렌소리는 비열하게도

그 보석을 깨는구나)

온몸에 퍼지는 메아리

여름 한때의 은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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