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7.20 고은 <세노야>
’만남에 예(禮)를 다하는 모습‘을 가진 사람과의 마주침은 참으로 기분 좋은 일이지요. 어제 만난 사람이 바로 그런 모습으로 저를 대했습니다. 저보다 연배가 높고, 살아온 모든 경험의 스펙트럼이 엄청 넓어서 언젠가는 꼭 한번 얘기하고 싶다 하는 분이었지요. 무엇보다 타고난 ’측은지심’ 심성으로 빚어내는 다양한 사회 문화활동은 타자의 귀감이 되고도 남음이라 생각했지요. 인물 인터뷰로 문의할 때도 주변인들의 자자한 평을 미리 들었던 터라 이번에는 또 어떤 점을 배울까 하는 호기심이 앞서서 만남을 기다렸네요. 역시나 참 행복한 시간이었구요, 말씀 한마디, 생각 한 줄, 행동 한 면마다 타인에 대한 배려는 기본이고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자 문화예술인’임을 단번에 알았답니다. 인터뷰한 내용 잘 모아서 8월 지역잡지‘매거진 군산’에 소개합니다. 어제부터 여름 하늘 얼굴은 가장 푸르고 맑은 화장으로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하고 있군요. 제발 이삼일 동안만이라도 그 예쁜 모습 고이 간직하여 뭇 생명들과 나눠지길 기도하는데요. 이제는 꽃의 화려함에서 실속있는 열매로 가는 나무들의 길을 유심히 보았습니다. 정말 건강한 장년의 모습이더군요. 마치 젊은 청년들에게서 솟아나는 힘찬 에너지파동처럼 열매 한 알마다 들어있는 ‘내일’의 모습에 또 한번 경건해집니다. 함께 동행한 시인은 산책길에 본 말랭이 대추나무의 연 푸른 대추알을 보면서 즉석에서 시 하나, 장석남 시인의 <대추 한 알>을 들려주었지요. 이 시 만큼 한마디 말 속에 우주의 온 에너지를 다 담은 시가 또 있을까요. 저도 좋아하는 시를 추천하라면 열 손가락 안에 치켜세우는 멋진 시입니다. 또 동백꽃이 피었던 자리에 맺은 붉은 동백열매. 저의 할머니 검은 곱슬머리 결에 반짝반짝 윤기를 내어주었던 이 열매가 사랑스러웠습니다. 오늘은 동행한 분(채영숙 시인)이 좋아하는 고은시인의 <세노야>를 들려드립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세노야 - 고 은 (1933- 현, 전북군산)
세노야 세노야
산과 바다에 우리가 살고
산과 바다에 우리가 가네
세노야 세노야
기쁜 일이면 저 산에 주고
슬픈 일이면 님에게 주네
세노야 세노야
기쁜 일이면 바다에 주고
슬픈 일이면 내가 받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