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7.27 이준관 <흙 묻은 손>
삼복 중 두 번의 복날이 지나갔어도 장마탓인지 한여름의 더위를 느끼지 못하고 있네요. 어제도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 때문에 비를 잔뜩 맞고 들어온 학생들의 머리를 닦아주면서 ‘아니 누가 이렇게 00이를 멋지게 만들었지? 비에 젖은 고독한 모습이 멋있는데~~’라고 했더니 이내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습니다. 돈 안드는 따뜻한 말 한마디의 위력을 실감하죠. 학원 여름방학을 공지하면서 저도 살짝 달력을 보았답니다. ‘어디를 가볼까? 혼자 갈까 함께 갈까? 멀리 갈까 가까운 곳에 갈까? 생각만해도 쉼터에 벌써 달콤 부드러운 물이 출렁거립니다. 혼자만의 여행으로 무게추가 옮겨가는데요, 그래도 혹시 닥칠 어려움과 경계심을 생각하며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더 좋지‘라고 결론을 내리고... 이건 분명 나이 탓 일거예요. 하여튼 학원가족들 벌써부터 휴가 간다고 수업보충을 문의하고 있군요. 오늘은 책방 글쓰기 팀 활동이 있는 날. 오늘의 주제는 ’아픈 손가락‘이라는데요, 문우들의 글이 또 연출할 작은무대가 기다려집니다. 우리 말랭이 마을 어머님들처럼, 문우들 역시 자기 글을 내보이는 일에 그 품이 넉넉해졌거든요. 저야말로 요즘은 글쓰기에 엄청 게을러졌어요. 한번 시동을 걸면 정신없이 신나서 하는데, 왠지 제 차의 엑셀레이터가 주인 말을 잘 안듣고 있군요. 천천히 가고 싶은가 봐요. 자꾸 눕고만 쉽고 귀만 열고 가요 팝송만 듣고요, 눈이 너무 불편해서 책 읽기도 설렁설렁 거리구요. 아침편지글 분량으로 1년 이상 진행했더니, 제 글의 역량도 딱 이 만큼일까 하는 생각이 들곤해요. 그런데 ’물고기 코이‘가 생각나네요. 어항에서는 평균 5cm정도로 자라지만 강물로 나가면 열 배 이상으로 자란다고 하거든요. 마음을 추켜세우면 몸도 세워지고, 거꾸로 몸을 세우면 마음도 세워질테니, 어떤 방향으로든지 간에 움직여야 살아있는거겠죠. 저도 오늘이 가기전에 공모전에 보낼 글 하나 꼭 써야겠습니다. 이렇게 드러내야 그나마 약속을 지킬 것 같으니까요^^ 오늘은 이준관시인의 <흙 묻은 손>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흙 묻은 손 – 이준관(1949-현, 전북정읍)
"내가 사는 아파트 가까이
버려진 땅을 일구어 사람들은 밭을 만들었다.
사람들이 촘촘히 뜨개질을 하듯
심은 옥수수와 콩과 고추들.
꿀벌이 날아와 하늘로 꽁지를 치켜들고
대지의 꿀을 빨아들이고,
배고픈 새들은 내려와
무언가를 쏘아먹고 간다.
아파트 불빛처럼 외로운 사람들은
제 가슴의 빈터를 메우듯
호미를 들고 와 흙을 북돋워주고 풀을 뽑는다.
옥수수 잎에 후드득 지는 빗방울은
사람들의 핏방울로 흐르고,
저녁에는 푸른 별 같은
콩이 열린다.
흙 묻은 손으로
옥수수와 콩과 고추와 나누는
말없는 따뜻한 수화.
사람들의 손길 따라
흙은 순한 사람의 눈빛을 띤다.
사람들은 흙 묻은 손으로
빨갛게 익은 고추를 따고,
가을이면 흙에서 태어난 벌레들은
식구들의 옷을 기우고 박음질하는
재봉틀 소리로 운다.
슬프고 외로울 때면
호미를 들고 밭으로 가는 사람들.
겨울에는 시리고 외로운 무릎을 덮는
'무릎덮개처럼
눈이 쌓인다.
사람들이 일군 마음의 밭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