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8.6 류시화 <얼마나 많이 일으켜 세웠을까>
잼버리현장에 다녀왔지요. 사실 저의 주 방문지는 바로 옆 해창갯벌. 새만금간척지 공사시작 이래 마지막 물막이 공사를 한지도 벌써 20년 이상. 어제 해창갯벌에서는 문규현신부님을 포함해 오늘 있을 ’장승세우기‘에 수고하는 분들이 있었지요. 남편이 활동하는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 중심이 되어 해마다 장승세우기를 합니다. 올여름 폭우로 상당수의 기존 장승들이 쓰러져있더군요. 삼보일배(부안에서 서울까지)하시면서 새만금간척과 환경파괴에 맞섰던 문신부님은 제가 몰라볼 정도로 많이 늙으셨지요. 그래도 여전히 변함없으신 그 미소덕분에 폭염이 살짝 멈추었답니다. 혹시 오늘 야외미사가 있을지를 묻는 제 질문에 “큰일나지, 저기 저 잼버리 학생들이 걱정이예요”라고 하셨지요. 함께 간 후배 가족 역시 장승세우기 준비를 위해 두시간 이상 땀 꽤나 흘리며 자원봉사했네요. 너무 미안해서 바지락죽으로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점심 후 잼버리현장으로 갔어요. 실상을 제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요. 결론은 하나,,. 너무도 허술한 준비와 자연재해(폭염)로 둘러싼 잼버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잼버리행사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에게 힘든 곳이었습니다. 150여개가 넘는 세계 각국의 문화를 나눌 수 있는 현장에 있다는 것만 생각하면 이런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가 싶지만, 청소년 때 이런 경험도 겪어봐야지 하며 지속하기에는 많은 부분이 부족했습니다. 한 시간여 가량 20여개 나라의 부스를 들어가보니 모두가 지쳐있어서 안쓰러워 보였네요. 체험활동을 할 분위기도 준비도 거의 되어있지 않았어요. 괜스레 미안한 맘에, 캐나다부스에서는 미션용지 설명해달라고 했고, 인도부스에서는 타투하나 그려달라고 하고 제가 가진 뱃지도 주었구요, 대만부스에서는 차와 과자를 먹으며 맛있다고 너스레 떨었네요. 4만명이 넘는 사람 수는 어머어마하지만 정말 사람들이 어디에 숨었는지 그 수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뉴스는 계속 설왕설래하지요. 이미 영국 미국 등 몇몇나라들은 철수를 통보했구요. 정부는 이제야 중앙정부주관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흘립니다. 오늘 아침일찍 다시한번 새만금에 갑니다. 새만금의 어려운 상황은 그 누구보다 기존에 서 있던 장승들이 알고 있겠지요. 새로운 장승을 세우며 하늘에 염원하는 모든 이들의 기도에 저의 목소리도 보탭니다. 오늘의 시는 류시화시인의 <얼마나 많이 일으켜 세웠을까>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얼마나 많이 일으켜 세웠을까 - 류시화
인간을 창조한 이는 혼자 설 수 있게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이 일으켜 세웠을까
아마도 수만 번 넘게
등 뒤에서 겨드랑이를 부축해
일으켜 세우고 쓰러지면
또 일으켜 세웠을 것이다
처음에는 속절없이 무릎이 꺾였을 것이다
두려움이 그를 계속 주저앉혔을 것이다
연약한 척추 마디들은 머리와 생각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무 붙잡고 간신히 일어서도
몇 걸음 못 가
스스로에게 떠밀려 휘청거렸을 것이다
사소한 감정 변화에도 똑바로 설 의지 꺾였을 것이다
그렇게 수없이 넘어지고 엎어지면서
옹이처럼 복숭아뼈 생겨나고
희망의 넓적다리와 절망의 정강이 사이를 단단한
무릎뼈가 감쌌을 것이다
슬픔에 잇달아 무너지면서 슬관절의 유연함이 커지고
다시 일어설 때면 이마에
기쁨의 바람 스쳤을 것이다
달렸을 것이다 발목 붙잡는 과거의 손목 뿌리치고
고뇌의 머리카락 끊어 내고
맨발로 선 삶이 그의 것이 되었을 것이다
불완전한 영혼에 수직의 빛 스며들었을 것이다
이 길 어디에선가
내 안의 내가
자주 무릎 꺾여 주저앉고 싶을 때면
수만 번 넘게 인간을 일으켜 세운 이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