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8.9 나희덕 <태풍>
지난 며칠동안 뉴스를 통해 바라본 중국과 일본에 쏟아진 태풍, 그 피해가 너무도 커서 걱정되고 남의 일이 아니었는데요, 오늘부터 우리나라도 영향권으로 들어왔다고 하지요. 태풍의 이름이 ’카눈‘이라고 커피 ’카누‘를 마시며 태풍을 맞겠다 라는 어느 SNS의 댓글이 눈에 띄어 웃었네요. 어제밤 혹시나 해서 책방에 올라가 화분도 옮기고, 쓰레기도 치우고요, 밤사이 강풍이라도 불까 싶었지요. 태풍 전 하늘의 얼굴은 맑은 미소가 가득하네요. 어느 먹구름 속에 비가 숨었는지 알 수 없듯이, 저 푸르른 미소가 어떻게 울상을 지을지 알 수 없는 태풍전야입니다. 십 수년전 오늘 제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도, 어지간히 비가 내렸지요. 땅 한 조각도 없던 제 집안은 그때서야 땅의 존재를 알았답니다. 큰 일을 경험 한적이 없었던 저는 참 무지했어요. 아버지의 죽음을 코앞에 두고서야 시댁의 자손들의 도움을 받아 아버지의 새집을 마련했거든요. 시동생이 동네사람들과 묘터를 만들고요, 남편은 저보다 더 슬피 울며, 빗물인지 눈물인지 앞을 가리지 않았던 그때가 지금도 눈에 선 합니다. 평생 어부였던 제 아버지가 태풍아래 격랑위에서 당신의 삶을 내 맡겼던 이야기를 종종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공사다마?로 바쁘다는 저를 대신해서 아들딸이 할아버지의 제사음식 준비를 돕는다고 하네요. 제사를 지내는 모습은 각 가정마다 다르겠지만 고인을 향한 추억의 장으로 후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시간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독자였던 아버지의 후손들인 제 오형제 가족들이 한자리에 오니 더 없이 기쁜날입니다. 아무튼 태풍으로 또 며칠동안 심란하겠지만 물리적인 준비를 단단히 하시면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겠지요. 또 내 주변의 누군가가 겪을지도 모를 어려움도 함께 챙겨보시게요. 오늘은 나희덕 시인의 <태풍>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태풍 – 나희덕(1966-현, 충난논산)
바람아, 나를 마셔라.
단숨에 비워내거라
내 가슴속 모은 흐느낌을 가져다
저 나부끼는 것들에게 주리라
울 수 있는 것들은 울고
꺾일 수 있는 것들은 꺾이도록
그럴 수도 없는 내 마음은
가벼워지고 또 가벼워져서
신음도 없이 지푸라기처럼 날아오르리
바람아, 풀잎 하나에나 기대어 부르는
나의 노래조차 쓸어 가버려라
울컥울컥 내 설움 데려가거라
그러면 살아가리라
네 미친 울음 끝
가장 고요한 눈동자 속에 태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