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8.10 이동우<로켓배송>
태풍 카눈의 기세가 장난 아니예요. 저도 오늘 있을 모든 일정을 취소했구요. 최근 자연재해의 방향은 어디로 튈지 몰라 조심 또 조심해야 합니다. 아마도 오늘 같은 날도 택배업무는 계속될까요? 책방을 하다보니 자주 만나는 인연 중에 택배담당자들이 있는데요, 무덥고 비가 오고 눈이 올 때 가장 힘든 직업 중의 하나가 아닌가 해요. 요즘은 사람들이 워낙 ’퀵 문화‘에 젖어있어서 1분 1초만 늦어도 대면 시 마음이 불편해지죠. 저도 역시 마음은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뭔가를 기다릴 때를 보면 못된 성격이 그대로 나오곤 해요. 단지 겉으로 표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할 뿐, 마음 깊이까지 솔직하지 못하답니다. 그런데 택배업무를 하는 분들에게는 기다림에도 늘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얹혀놓습니다. 어제도 택배가 오고, 그 속에 들어있던 시집 한 권을 읽는데 택배노동자의 맘을 담은 시가 있는거예요. 출판사 ’창비‘에서 나온 시집은 작가를 몰라도 일단 읽어보는데요, 시인 이동우(2015전태일 문학상 수상자)라는 분의 첫 시집이군요. 사회 각양각층의 노동자의 삶과 죽음을 노동자의 목소리로 발화시킨 시들이 인상적이었어요. 그중 로켓배송을 하는 택배노동자가 사람이 사는 곳, 어디든지 이어주는 혈관인 그들이 정작 비인간적, 반생명적 노동을 강요받는 현실을 읽었죠. 가장 중요한 그들의 몸을 지나는 혈관은 오히려 동맥경화를 일으키는데 말이죠. 언젠가 아들이 첫 알바로 택배회사에서 밤샘작업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는 어떤 경험이라도 해봐야지’라고 했는데, 정말 사람이 할 일은 아니지 싶은 것들이 있거든요. 아무생각없이 책을 시키고, 오늘 같은 날도 택배담당자가 올까싶어 마음 한 켠이 걸립니다. 모쪼록 오늘 한반도를 관통하는 태풍에 큰 어려움이 없이 밝은 새날을 맞으시고, 혹여라도 오늘 택배를 받으신다면 이런 분들의 노동에 고마운 마음하나 더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이동우 시인의 <로켓배송>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로켓 배송 – 이동우
혈관 속을 치달리는 로켓
덩달아 나도 할딱이고
잠든 아파트를 깨우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우면서도 조급한 피돌기
밤이 붓거나 터져도
로켓처럼 움직여야 가능한 새벽 배송
수백개의 택배 상자가 펼치는 아찔한 군무에
잠 설친 계단이 뒤척이고
지친 장딴지마다 악다구니처럼 툭툭 불거진 핏줄
로켓이 로켓을 들이받는다
급한대로 가쁜 숨 욱여넣으며 뛰어보지만
밤을 헛딛는 소리
송장 주소가 불분명해도 확인전화를 걸 수 없어
햇발 털어낸 콘크리트 벽 속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두리번거린다
마감 시간을 알리는 독촉문자
목구멍은 새벽으로 가는 유일한 길
빈속을 채운 커피믹스가 신물을 밀어 올린다
복도가 스르르 똬리를 푼다
살갗을 스치는 밤 비늘의 한기
수혈 마친 새벽 해가 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