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8.8 나태주<그리움2>외 4인의<일편단시(一片短詩)>
입추라네요. 어제 유독 말랭이의 대추나무 대추가 눈길을 사로 잡더니 가을의 기운을 풍겨주려고 그랬나봅니다. 대추도 보고 입추도 노크하니 오늘은 대추차 한잔 꼭 마셔야겠어요. 어제 월요일 아침, 말랭이 글방부터 밤 늦도록 수업만 하고, 하늘 한번 볼 시간이 없었네요. 퇴근길에 하늘을 보니, 어두운 항아리에 습한 공기만 가득할 뿐. 풀벌레는 태풍이 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어둠속에 그리는 그의 파장 소리를 잠시 듣다 들어왔어요. 입추가 말복에게 손을 내미는 순간, 지금의 폭염도 순식간에 변색하겠지요. 마치 정 떼며 매정하게 돌아서야 하는 속사정이 있는 누구처럼요. 누워서 집어든 책이 ’한 조각 짧은 시‘라는 부제의 <일편단시> 시집. 얼마 전 구입한 일본의 하이쿠(세상에서 가장 짧은시)시집과 흐름이 비슷하여 책장을 넘겼습니다. '5인의 시인이 전하는 단시 프로포즈의 강렬한 향기와 여운을 느껴보라'는 안내에 따라 한 장 한 장. 읽다보니 정말 바빴던 하루의 쉼표를 이제야 만난 듯, 위로의 시들이 많았습니다. 익히 유명한 시인들-나태주, 반칠환,서정춘,윤효,함민복-이지만 이렇게 단시로만 책을 엮어놓으니 또 색다르게 들려옵니다. 제가 들려드리는 단 시 몇편으로 시집 한 권 잘 읽었구나 하시며 가을소식을 들고 찾아온 입추와 손을 잡고 출근하시면 어떨까요. 아!! 출근이란게 꼭 돈 벌러 가야만 하는 길은 아니랍니다. 저도 아침편지 글쓰기로 손가락 장난하며 오늘 세상에 출근하였으니까요. 오늘은 다섯명의 시인들이 말하는 <일편단시(一片短詩)>를 들려드립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그리움 2 – 나태주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만나지 말자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하지 말라면 더욱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
그것이 인생이고 그리움
바로 너다.
박꽃 – 반칠환
가슴속에 시인과 도둑이 함께 살아
담을 넘다가도
달빛 시나 짓고 온다
탈탈 털어봐야
이슬 장물 몇 점
구름 – 서정춘
나는 숨 쉰다
허파처럼
나는 뭉개지며 피는 꽃
하늘 곰팡이
또는 홑이불이 마르는
이미지의 허풍
시인 – 윤효
한낱 소음으로 치부되는
제 곡조가
매미는 서럽습니다.
밤이 깊어도
그 울음 그칠 줄을 모릅니다.
저 울음 달랠 이
지상에는 없습니다.
꽃봇대 – 함민복
전등 밝히는 전깃줄은 땅속으로 묻고
저 전봇대와 전깃줄에
나팔꽃, 메꽃, 등꽃, 박꽃 올렸으면
꽃향기, 꽃빛, 나비 날갯짓, 벌소리
집집으로 이어지며 피어나는
꽃봇대,
꽃줄을 만들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