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118

2023.8.14 이색 <야화> <자벌레>

by 박모니카

새의 울음소리를 똑 떨어지는 정확한 글자로 쓰는 재주가 없네요. 오늘따라 여러 종들이 한꺼번에 일어나서 새벽부터 노래잔치를 준비하나 봅니다. 비록 사는 집은 작아도 월명산책공간이 이 손안에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곳인지... 주말동안 책방을 늦게까지 열어놓아(군산야행축제) 오히려 저만 토실토실 마음살이 쪘어요. 8월이 다 가기 전 해야 할 일에 대한 순서도 마무리 하구요, 시집, 에세이, 한시에세이, 상식책 등 몇 권의 책들을 보면서 장구치듯 흥겨웠구요. 사실, 저도 대학시절 무려 4-5년 정도 사물패 단원이었거든요. 지금이야 몸과 손 동작은 늙었지만 마음속엔 변함없이 장구가락 수십 작품은 남아있답니다.^^ 갑자기 함께 장구쳤던 예쁜 후배의 설장고치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지금쯤 그녀도 나처럼 그 옛날을 회상하는지‘ 주말동안 제가 또 하나의 재밌는 일에 푹 빠졌었는데요, 책 꽤나 본다는 사람들의 필독서라는 ’삼국지와 초한지‘를 저는 영상 <발가벗은 세계사>를 통해서 보았습니다. 중국 고대 위인들의 이름 정도만 알고 있다가 진행교수의 설명과 함께 들으니, 초보인 제게 안성맞춤이었어요. 그중 유명한 인물, 삼국시대 위나라 ’조조‘에 대한 편견이 왕창 깨지는 시간들이었죠. 한시를 읽다보면 조조의 작품을 종종 만날 수 있었는데요, 동양문학사에서 조조와 그의 아들(조비, 조식)은 처음으로 정형화된 시 운율을 사용한 한시의 대가였다고 합니다. 아마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두보나 이백 등 수 많은 당송시인들이 조조가 아니었다면 빛도 볼 수 없었겠다,, 그냥 저 혼자 생각했어요. 손에 잡힌 한시에세이 책 한권을 다 읽으면서 이것도 혼자 알기 아까워서 글쓰기 방에 올렸더니, 한 지인이 ’나도요‘라고 손을 드네요. 이렇게 한 사람씩 관심을 갖다보면 현대인이 배우고 싶어하는 시 세계의 문이 금방 활짝 열릴거예요. 특히 글을 쓰고 싶어하는 분들은 한시, 근대시, 현대시 할 것없이 다양한 시 글을 읽어봐야 될 것 같아요. 이왕이면 마음에 콕 하고 들어온 시는 암기까지 하면 좋으련만 어째 그게 힘드네요.~~ 오늘은 읽은 시 중 제 맘에 콕 들어와 달달한 시럽까지 뿌려준 한시 두편 들려드릴께여. 모두 고려시인 목은이색(충남 서천 문헌서원 주인공)의 작품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野花 야화 – 이색(고려시인, 호 목은, 1328-1396)

野花隨處不知名(야화수처부지명) 어딜 가나 핀 들꽃, 이름은 모르지만

堯叟樵童眼界明(요수초동안계면) 초동과 목수의 시야를 밝혀 주지

豈必上林爲富貴(기필상림위부귀) 꼭 상림원의 꽃들만 부귀한가?

天公用意自均平(천공용의자균평) 하늘의 마음 씀씀이는 공평하다

尺蠖 자벌레


尺蠖汝何屈(척확여하굴) 자벌레야, 너는 어찌하여 굽히느냐?

屈甚折汝骨(굴심절여골) 너무 굽히면 너의 뼈가 부러지리라

尺蠖汝何伸(척확여하신) 자벌레야, 너는 어찌 몸을 펴느냐?

伸甚辱汝身(신심욕여신) 너무 네 몸을 늘리면 욕되게하리라

乍伸又乍屈(사신우사굴) 잠시는 펴고 또한 잠깐은 굽힐지니

一生無所拂(일생무소불) 한평생을 떨치는 바가 없을 것이다

所以古之學(소이고지학) 이런 고로 예로부터 배움이란 것은

敎人先格物(교인선격물) 사람에게 먼저 격물을 가르쳤도다

奈之何今人(내지하금인) 오늘날의 사람은 어찌할 수 없으니

一向超要津(일향추요진) 하나같이 요처의 나루로 가려한다

講學貴不息(강학귀불식) 학문 연구는 쉬지 않음이 귀할지니

施功尤有則(시공우유칙) 일을 착수함에 오히려 법칙이 있다

況當列簪紳(황당렬잠신) 게다가 벼슬아치 늘어서는 것을 보면

自用人必愼(자용인필진) 인은 필히 제 몸가짐이 신중하리라

因之得明德(인지득명덕) 이 때문에 밝은 덕을 얻는다는 것은

上帝臨赫赫(상제림혁혁) 상제가 강림한 듯이 혁혁히 빛난다

周旋無貳心(주선무이심) 일을 변통함은 두 마음이 없음이니

不用賦尺蠖(불용부척확) 자벌레 읊조림이 쓸모 없을 것이다

『牧隱集(목은 집)』, 「牧隱詩藁(목은시고)」

8.14이색한시1.jpg 어젯밤 은파야경.. 매우 몽환적이죠^^
8.14이색한시2.jpg
8.14이색한시3.jpg 충남서천 문헌서원에 걸린 이색의 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다시봄날편지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