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8.19 박인걸 <그 시절 여름>
오늘은 3가지 향기를 찾아 떠납니다. ’문향‘ ’예향‘ ’의향‘ 의 고장이라는 담양으로요. 두 달에 한번씩 모임을 갖는 벗들과의 여행이예요. 어제 저녁, 담양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어떤 코스로 돌아다닐까, 어떤 사연이 숨어있는 곳일까 하며 여행일정을 벗들에게 알렸습니다. 작년부터 주기적으로 만나니, 특히 봄날의 산책 모니카랑 간다하니 안심하는 남편들이 있다네요^^ 학원 20여 년 운영에 지금 함께 일하는 동료 중 한분은 18년, 또 한분은 10년이 되었습니다. ’여름이 가기 전 밥 한번 드시게요‘ 어제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이런저런 사는 얘기 했어요. 지금과 앞으로 학원운영의 계획들을 늘 그렇듯 솔직하게 말했지요. 일 많은 저를 맘속으로 믿고 배려하는 이들이 없다면 아마도 힘들었을 거라고 항상 고맙다고 전했어요. 제 지인 중 어느 분은 말하더군요. 최소 3년은 사귀어봐야 그 사람의 진실을 안다구요. 그런 기준이라면 저와 제 지인들은 엄청 진실된 사람인가봐요~~. 순수하게 책방 손님으로 만난 사람을 제하면 대부분 그 이상의 인연이니까요. 군산에 온 지 22년을 꽉 채워주는 벗들이 많이 있답니다. 게다가 그들과의 시공간에 다양한 향기가 채워있는 것은 참 행운이예요. 무향무색의 향기부터 다향다색의 향기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도 다양합니다. 다가오는 사람의 향기가 편안하게 스며들 수 있도록 재무장하는 길, 여행길은 즐겁지요. 이제는 퍼질대로 퍼진 여름치마의 끝단마다 담양 대나무의 기개와 초록의 푸름을 가득 담아볼까 합니다. 오늘은 박인걸시인의 <그 시절 여름>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그 시절 여름 – 박인걸
간장 빛 깻잎 장아찌
어머니 손 때 묻은 맛
납작 보리밥
바람에 날릴 것 같아도
볼이 터지던 호박 잎 쌈에
뱃살에 기름 오르고
함석 집 지붕에
분이 얼굴 같은 박이 익고
반딧불이 콩밭 위로 날 때면
은하수는 남쪽으로 쏟아지고
멍석에 누운 소년은
북두칠성을 가슴에 담는다.
내 살던 고향 팔월에는
장독대에 봉숭아 피고
종일 맴돌던 해바라기
어지러워 뻘쭉해 질 때면
줄 따라 오르던 나팔꽃은
소리 없이 합주를 한다.
가보고 싶은 그 집
굴렁쇠 굴리던 넓은 마당
배추국화 웃던 화단
온통 그리운 것뿐이네
마당가 뽕 나무는
날 기다리다 삭정 됐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