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8.20 손광세 <여행>
여름밤 풀벌레소리는 깊은 잠의 명약인가요. 어제 벗들과 담양여행길, 하루종일 놀았는데도 뭐 그리 아쉬움이 남아 톡으로 수다 떨다가 잠이 들었네요. 담양길은 서너번 가본 곳이지만 어젠 관방제림 풍경담기를 목표로 하고 떠난 여행이었어요. 관방천에 있는 제방 길이 6km에 중 약 2km에 걸쳐 거대한 풍치림이 장관인 곳입니다. 평균수령 300~400년에 달하는 나무들-푸조나무(111그루), 팽나무, 벚나무, 느티나무, 음나무, 개서어나무, 갈참나무 등- 약 400여 그루가 빼곡히 자리를 잡고 있다고 해요. 이곳에 제방을 쌓고 나무를 심었다는 성이성(成以性) 부사는 춘향전의 이도령 모델이라는 설화도 있더군요. 특히 푸조나무, 일명 검팽나무라고 불리는 이 나무는 관방제의 으뜸수(樹)였는데요, 식물군 정보에 약한 저는 일부러 나무들의 줄기둥치와 잎을 손으로 만져보고서야 구별을 했죠. 눈이 나쁜 탓도 있지만 손으로 느껴지는 촉감은 더 깊은 감정을 일으키고 기억하도록 도와주니까요. 메떡같이 담백한 느티나무잎에 비해 푸조나무잎은 찰떡같은 끈기가 느껴져서 더욱 그 차이가 분명했어요. 눈에 다 담지 못한 풍경을 카메라 눈에 넣어두니 왠지 그도 제 마음처럼 살랑살랑 춤추는 듯했어요. 그런 마음이 제방 돌다리를 건너다가 들켜서 살짝 미끄러졌지만,, 그 와중에 또 제 넓적다리 같은 바위 위에 앉아서 하늘, 구름, 나무, 바위, 파랑이, 초록이, 갈색이, 분홍이 할 것 없이 사진을 찍었답니다. 점심으로 먹은 떡갈비 맛과 정갈한 상차림, 친절한 이모님의 말씀, 대접받은 담양의 추억입니다. 여행 후 ’또 가자, 어디든지‘ 라는 말을 나눌 수 있는 벗들이라면 이 여행길은 성공. 오늘은 친정엄마 모시고 제 가족들과 사진 한 장 찍으러 가요. 혹여나 이렇게 물어보실 이 계실까요? ’도대체 책방 문은 언제 여나요?‘ 라구요. 언제든지 들어가서 책 보고, 커피 마실 수 있어요. 책방의 주인은 찾아오신 바로 당신!! 오늘은 손광세 시인의 <여행>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여행 – 손광세
떠나면 만난다
그것이 무엇이건
떠나면 만나게 된다
잔뜩 지푸린 날씨이거나
속잎을 열고 나오는 새벽 파도이거나
내가 있건 없건 스쳐갈
스카프 두른 바람이거나
모래톱에 떠밀려온 조개껍질이거나
조개껍질처럼 뽀얀 낱말이거나
아직은 만나지 못한 무언가를
떠나면 만난다
섬마을을 찾아가는 뱃고동 소리이거나
흘러간 유행가 가락이거나
여가수의 목에 달라붙은
애절한 슬픔이거나
사각봉투에 담아 보낸 연정이거나
소주 한잔 건넬줄 아는
텁텁한 인정이거나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 여인이야
못 만나더라도
떠나면 만나게 된다
산허리에 뭉게구름 피어오르고
은사시나무 잎새들
배를 뒤집는 여름 날
혼자면 어떻고
여럿이면 또 어떤가
배낭 메고 기차타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