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김진영씨의 아포리즘 시집 <사랑의 기억>을 읽다보니 사진에 대한 느낌을 말한 부분이 있군요. ’사진은 에코(Echo)다.‘ 피사체에서 나오는 에코가 아니고 그를 들여다보는 관찰자의 에코 울림이 제게도 해당되는 듯. 풍경, 사물, 사람을 찍고 난 후 그들에게 말을 거는 제 속마음은 이내 무수한 메아리들의 밭이 되니까요. 어제도 그랬거든요. 곧 떠나는 아들 딸과 함께 가족사진 한 장 남겨두고 싶어서 촬영을 신청해놓고, 엄마가 생각나서 함께 갔지요. 엄마는 처음으로 하얀드레스를 입으셨어요. 한복입고 옛 초례청에서 아빠를 만나셨는데, 그 후 웨딩드레스를 입고 사진 한 장 찍고 싶으셨다네요. 진작에 알았더라면, 소위 리마인드웨딩사진을준비했을텐데요... 팔순의 나이에도 타고난 백옥피부에 하얀드레스 입은 엄마는 정말 소녀 같았습니다. 십여 장 정도 찍는 걸로 알았는데, 사진사는 무려 500장 이상을 찍었더군요. 13년을 같이 살고있는 복실이까지, 참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엘리자베스여왕‘이 강림했다며 엄마의 미소를 살살 풀어낸 사진사의 재치는 탑 이었어요. 촬영후 사진들을 다시 보는데, 왜 그리 마음에 멍울이 생기던지요. ’삶의 시간은 앞으로만 가는데, 사랑의 시간은 자꾸만 뒤로만 간다‘는 글 한 줄도 떠올라 화면 속 얼굴들을 자세히 보았네요. ’이제라도 이 모습으로 머물러 주길‘, 짧은 기도를 하였습니다. 오늘도 새벽이 첫 문을 열고 사진을 찍어달라 하네요. 빗장을 열기 전 그 너머에 있을 당신의 사랑하는 사람에게 손 내밀 준비부터 하시구요. 너무 늦지 않게요. 백운호 시인의 <사진에 관한 보고서> 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