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8.18 전인권<사랑한 후에>
“같은 곳을 바라보아도 난 다리만 보았는데... 사진 정말 잘 찍어요” 책방 글쓰기 문우들과 점심나들이를 옛 도선장 부둣가옆 짬봉집으로 갔어요. 십리길이나 빠진 썰물대신 내려앉은 푸른 하늘과 뭉게구름은 동백대교를 미소짓게 하니 누구라도 그 발걸음이 멈출만 했답니다. 본 태생이 섬집이라 그런지, 바다, 안개, 갯벌, 갈매기, 배의 닻 들만 보아도 그냥 서게되요. 그리고 말을 걸어보죠. 마치 사람에게 말을 걸듯 속으로 물어봐요. 네 삶은 어떠하냐고, 그리움을 아느냐고... 제가 주제넘게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문우에게 이렇게 말해줬어요. ’내가 무엇을 했다고 말하지 말고 내 아닌 너가 무엇을 느꼈는지를 들어보라고요‘ 사진을 찍을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커피 한잔을 마시며 커피잔이 되어보고, 담쟁이 넝쿨을 보면서 도종환의 시 한편 들려주고, 배롱나무 꽃을 보며 이색의 한시 한 줄 건네주며 양해를 구하는 거예요. ’찍어도 될까?‘하구요. 그렇게 나온 사진은 이야기를 들려주거든요. 전 들은 대로 쓰기만 하면 되구요. 어제도 문우들의 얘기 잘 듣고, 부족한 조언 나누는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올해도 작은 책 한 권 내고 싶은데요, 무엇을 써 내려갈까 주제와 순서를 떠올려봤어요. 다른 건 몰라도 밑그림에 아마도 ’들려오는 소리를 그대로 쓰기‘라는 ’단순함‘을 넣고 싶어요. 그런데 이 기법이 참 어렵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아요. 불필요한 감정을 알고 덜어내고 또 비워내는 시도와 자기확인을 끊임없이 요청받아야 하니까요. 그렇지만 쉽고 매끄러운 길은 매력이 없지요. 제 발자국이 묻힐테니까요. 오늘은 가수이자 작사가인 전인권의 <사랑한 후에>입니다. 노래도 들어보시며 행복한 오늘 되소서.
봄날의 산책 모니카.
사랑한 후에 - 전인권
긴 하루 지나고 언덕 저편에
빨간 석양이 물들어 가면
놀던 아이들은 아무 걱정없이
집으로 하나둘씩 돌아가는데
나는 왜 여기 서있나
저 석양은 나를 깨우고 밤이
내 앞에 다시 다가오는데
이젠 잊어야만 하는
내 아픈 기억이
별이 되어 반짝이며 나를 흔드네
저기 철길 위를 달리는 기차에
커다란 울음으로도 달랠 수 없어
나는 왜 여기 서있나
오늘 밤에 수많은 별이 기억들이
내앞에 다시 춤을 추는데
어디서 왔는지 내 머리위로
작은 새 한마리 날아가네
어느새 밝아온 새벽하늘이
다른 하루를 재촉하는데
종소리는 맑게 퍼지고
저 불빛은 누굴 위한걸까
새벽이 내앞에 다시 설레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