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8.25 박노해 <우는 능력>
’어느 계절에는 어울리지 않으리오’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가을을 재촉하는 풀벌레와 이루는 화음. 참 평온한 새벽입니다. 노래하는 저들에겐 얼마나 넘치는 사랑과 나눔이 있길래 밤새우며 얘기할까 싶어요. 지인의 말처럼, 그들의 소리를 들어주는 것도 큰 사랑이요, 더없는 나눔인 것 같아 한참을 귀 기울였습니다. 어제 아들 입영 현장, 생전 처음으로 까까머리 청년들이 대규모로 정렬을 보았죠. 때마침 달리는 소낙비는 이별의 아픔을 승화시키라는 계시인 듯싶게, 수많은 부모형제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었구요. 저는 마치 현장취재하는 기자처럼 묵묵히, 담담히 사진에만 몰두하는데, 유독 체격이 작은 어느 청년을 보내는 아버지의 눈과 손길에 사진이 따라갔어요. 행사내내 내리는 비를 다 맞고 서 있는 청년들을 바라보는 가족들. ‘이게 정말 군대구나’라는 생각으로 착잡했을 것입니다. 앞도 보이지 않는 그 상황에서 ‘부모님께 경례’라는 구령에 따라 군인인사를 하던 청년들. 아마도 그 속에는 소나기(취우驟雨)보다 더 빨리 달리며 눈물비를 닦아내었을 아이들이 있었겠지요. 모쪼록 모든 청년들의 안전과 건강을 기도하는 시간입니다. 어제 또 하나의 사건, ‘일본 오염수 해양방류’가 있었어요. 21세기 대한민국 국가리더의 무능함과 부재를 동시에 보는 사건입니다. 무서움에 겁을 내며 골방에 숨어 자기만의 세상을 꿈꾸는 리더라는 자와 간신배들의 번뜩이는 눈동자가 떠오릅니다. 최소한 돌이킬 수 없는 일을 하면 안되지요. 어부의 딸인지라 더욱더 우리 이후 세대의 인류 사회문화에 끼칠 영향들이 마구 떠오릅니다. 정말 지금부터 국민이 움직여야겠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의 펜으로 한 글자라도 바르게 쓰고 말해야겠다는 다짐이 강해지네요. 오늘은 박노해시인의 <우는 능력>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우는 능력 – 박노해
울다가
메아리 없는 울음에
나는 뚝 그쳤다
내 나이 일곱 살 때
위협에 휩싸인 세상은 구타였다
나는 빈주먹으로 맞는 법을 알아갔다
그들 앞에 울지 말것
결코 무릎 꿇지 말 것
맞다가 경련이 일어도
미소를 멈추지 말 것
최후의 순간까지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적의 눈을 바라볼 것
그리하여 나는 맞고 또 맞고
폭력 앞에 정면으로 맞서며
제대로 웃는 법을 배웠다
제대로 우는 법을 배웠다
하늘은 나에게
단 하나, 우는 능력을 주었으니
우는 이와 같이 울어주고
세상의 큰 울음을 우는
눈물의 은총을 주었으니
나는 울어주는 사랑밖에 없어서,
내 울음이 나의 시이며 기도라서,
오늘도 눈물로 씨를 뿌리니
그 울음으로 별이뜨고
이슬 젖은 꽃이 피고
새로운 탄생의 첫 울음이 울리니
우리들 울음이 끝이 없듯
우리들 사랑도 끝이 없고
우리들 혁명도 끝이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