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128

2023.8.24 문정희 <아들에게>

by 박모니카

24년 전 겨울아이 하나가 저를 찾아왔지요. 결혼하면 아이를 낳고, 아이를 가지면 왠지 다른 사람이 되는 줄 알았죠. 그 믿음이 맞는 듯 사실 저는 정말 다른 사람이 된 거 같아요. 제 인생의 앞뒤에 가림막을 세우라면 유일하게 ’결혼‘이란 장대가 하늘 끝에 닿아 있으니까요. 성격도, 생각도, 사람도 모두 다른 삶을 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물론 부모에게서 받은 타고난 본성도 있었겠지만 그만큼 결혼과 아이는 제 삶을 바꾸는 유일한 제조기였답니다. 복 많게도 아들 하나 딸 하나. 어제 저녁 아들이 머리를 깎고 왔더군요. 결코 작지 않은 집안유전자.., 덩치 큰 아들이 머리 깎고 들어서니 엄청 낯설더군요.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에 만난 아들이라, 매 순간, 사진마다 글로 느낌을 써놓은 앨범이 있습니다. 얼마 전 친정엄마께서 남동생을 보며, 자식 키우던 그 옛 시절을 말씀하시며 눈물바람 하셨는데요, 아마도 그 느낌이 저에게도 이입되는지, 깎은 둥근머리 한번 쓰다듬고 뒤돌아섰네요. 저도 대한민국의 아들있는 엄마들이 찍는 사진 한 장 받으러 훈련장까지 다녀올까 합니다. 부탁한 말은 오로지 하나, ’단체행동에 마음을 구부리고, 둥글게 받아들여라‘라고 했습니다. 아마도 제 기우를 무색케 할 정도로 훈련 잘 마치고 돌아올거라 믿고 있습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요. 오늘은 문정희시인의 <아들에게>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아들에게 - 문정희


아들아

너와 나 사이에는

신이 한 분 살고 계시나보다

왜 나는 너를 부를 때마다

이토록 간절해지는 것이며

네 뒷모습에 대고

언제나 기도를 하는 것일까?


네가 어렸을 땐

우리 사이에 다만

아주 조그맣고 어리신 신이 계셔서


사랑 한 알에도

우주가 녹아들곤 했는데


이제 쳐다보기만 해도

훌쩍 큰 키의 젊은 사랑아

너와 나 사이에는

무슨 신이 한 분 살고 계셔서

이렇게 긴 강물이 끝도 없이 흐를까?

아들과 후식으로 먹은 멜론빙수머리가 유별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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