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138

2023.9.3 임춘성 <가끔씩 늙으신 어머니의 손을 잡으라>

by 박모니카

딸은 여행을 앞두고 엄마인 제게 말합니다. 아니 강한 요청에 가깝습니다.


- 아무리 바빠도 하루 한번 할머니에게 전화하기 / 할머니 전화오면 수업시간이라고 바로 끊지 말고 듣기 / 복실이랑 매일 산책하기 / 복실이랑 눈 마주치고 대화하기 .... -

1학기를 마치고 집에 있는 두 달동안 가장 꾸준히 보여준 딸의 일상입니다. 멀리 여행가는 손녀딸의 의식주 걱정에 친정엄마는 저보다 더 애 닳습니다. 어제는 새벽시장에서 산 싱싱한 갈치구이로 저녁만찬을 준비하셨다고, 여자셋이 모여서 윗사랑, 내리사랑을 펼치느라 즐거웠습니다. 아마도 제 엄마의 손녀딸에 대한 그리움을 해결할수있는 묘책을 생각해둬야 될 것 같아요.


"꼭 외국서 공부해야만 성공하는 것도 아닌디, 여기서도 얼마든지 똑똑허니 잘 살 수 있는디. 하지만 너랑 네 엄마 생각이 그렇다면 맞것지야. 하지만 암행어사 출두요 하려면 열심히 공부하거라. 사람이 제일 무서운 것이여. 가까운 사람이라도 사람속은 아무도 모른게 사람 조심허고. 특히 외국놈한테 조심허고. 나는 정말 걱정이다. "


손녀딸에게 신신당부를 하십니다. 여행가서 당장 먹을 거라고 딸이 좋아하는 반찬들을 준비한다고 그 떨리는 손으로 일일이 만들어서 어젯밤 식탁에 선보이며 이런저런 반찬을 맛보게 했지요. 저야 엄마의 모든 말씀과 행동에 귀만 기울이고 마음에 모아둘 뿐입니다. 저의 23살 때, 동경했던 그 어떤 미래를 떠올리면서요. ’만약 내가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옛날이 있다면?‘ 이라고 기회를 준다면 지금의 저를 벗어던지는데 한치의 주저함도 없을거라, 그렇게 딸에게 말했습니다. 무엇이든 후회없이 도전하고 탐구하라.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심 수많은 걱정과 불안의 감정이 소용돌이 칩니다. 오늘은 딸의 여행준비 막바지 여정을 함께 걸어갈까 합니다.

임춘성시인의 <가끔씩 늙으신 어머니의 손을 잡으라>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가끔씩 늙으신 어머니의 손을 잡으라 – 임춘성


그대

가끔씩은 늙으신 어머니의 손을 잡으라

거칠고 힘줄 불거진 힘없는 그 손

그 손이

그대를 어루만지고 키워 오늘의 그대를 만들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힘들다는 핑계로

어머니의 그 손을 잊지는 않았는가

가슴 아프게 하지는 않았는가


그 옛날

그대에게 회초리를 들고 꾸짖으시던

그 엄하고 꼿꼿한 손


슬프고 힘들 때 잡아 주시던 그 따뜻한 손은 이제 없다


힘들고 고된 삶의 여정에 지치고

세월의 무게에 마음마저 연약해지신

늙고 병드신 어머니의

거칠고 힘없는 손이 있을 뿐


이제 그대

잠시 일상을 접고


삶에 분주한 그 손으로

아내와 자식들의 손을 잡았던 그 손으로

어머니의 손을 잡아보지 않으려는가

그의 머리를

그대 가슴에 기대게 하지 않으려는가

어머니를 위해서

먼 훗날 후회하지 않을 그대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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