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9.5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 런웨이(runway)할까. 공항 홀 무대 끝내준다‘ 시골아줌마는 가만히 앉아 몇 시간을 기다리느니 이리저리 두리번을 선택합니다. 음식 햄버거의 발상지라는 설이 있는 함부르크. 딸은 언제 구했는지, 햄버거 빵이 그려진 가방을 들고, 저와 함께 돌아가며 마치 모델이 공항에 나타난 양 뽐내며 걷기를 했죠. 남들은 거의 의자에 앉아 폰을 보고 있는데,, 전 그 모습이 답답해보이는 거에요. 그렇게 딸과 놀며 송별을 했습니다. 친정엄마께서 손녀딸과 영상톡을 하시며 우시는 바람에 저의 이별연습은 모두 황망하게 사라졌죠~~~ 사실 딸은 이번 출국이 예닐곱번째쯤 될 것입니다. 독일만해도 3번째니까요. 그 중 한번은 고1때 독일 ’하노버의 봉사활동‘도 있습니다. 그때도 혼자 찾아가서 여러나라 청년들과 캠프짓기 봉사활동하고 왔지요. 물론 시작은 제가 밀어넣었지만 결과는 딸이 잘 챙겨옵니다. 어제도 말했어요. -언제나 있는 곳에서 주인이 되어 사는 법을 기억하기. 완전한 독일인이 되어 공부하기- 남편과 돌아오면서 시차를 보니, 그곳이 우리나라보다 7시간 늦더군요. 오랜 비행시간이지만 도착하면 선물처럼 그 시간이 주어질테니 얼마나 소중한 여정인가요. 이제부터 전 집안청소도 좀 하고, 복실이 밥과 산책도 좀 잘 챙겨야겠습니다. 밤 12시에 도착하니, 혼자 있던 복실이도 한숨을 다 쉬더군요, 마치 어디갔나 왔냐고 물으며 기다리다 지쳤다는 듯^^ 오늘은 황지우 시인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 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욱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