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141

2023.9.6 김용택 <가을편지>

by 박모니카

썰물 위에 남겨진 심란한 흔적들이 이곳저곳에 가득하네요. 가을을 재촉하며 사방에 낙엽을 흩뿌린 벚나무잎들처럼요. 그래도 빗자루 들고 나타날 청소부 아저씨가 조금 늦게 나타나 주었으면 하는 맘이 가을맘이지요. 9월에도 끝내야 할 일들이 첩첩이 쌓여있지만 생각에 브레이크를 살짝 넣었습니다. ’이젠 예전의 힘이 없어. 할 수 있을 만큼만 하려고 해.‘ 라고 후배와 톡 수다를 했네요. 많은 사람들이 저를 생각하면 ’불도저‘를 연상. 좋은 말로 열심히 산다는 뜻이겠지요. 때론 다행이다 생각하지요. 게으르지 않게 보여서요. 어제는 동네카페라는 프로그램에서 그림책 제목이 ’틈만나면‘이었어요. 틈만 있으면 머리를 내미는 풀과 꽃들의 얘기. 하수구 틈 사이, 시멘트 벽 틈 사이, 가로등 밑둥 틈 사이... 길을 걷다 조금만 자세히 봐도 흔히 볼 수 있는 생명의 틈자리가 지인들의 맘에 들어와 ’만약 나에게도 틈이 있다면...‘이란 제목으로 한 줄 글쓰기도 했답니다. 저는 오로지 구름되어 날아가고 싶다고 했네요. 균형되지 않아서, 비정형의 구름이라서 더 아름다운 생명체, 구름. 이제 가까이 있던 구름이 멀리 올라가는 계절입니다. 천고지락(天高地落)의 틈 사이로 어떤 생명이 당신의 벗이 될른지요. 걷다보면 걷다보면...알게 되겠지요. 오늘은 김용택시인의 <가을편지>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가을편지 – 김용택


귀뚜라미 울면

이불을 끌어다 덮는 찬바람이 불지요

벼들이 패고, 수수 모가지에

참새들이 앉고, 억새가 핍니다

하얀 억새가 바람에 나부끼는 강가에 가고 싶습니다

강에, 언덕에

그대 마음 가장자리에

잔물결이 와 닿겠지요

강가에 서서

서쪽으로 지는 가을 하늘의

노을도 보고 싶고

노을이 빠진 강물도

가만히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그 당신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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