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9.16 박재삼 <가을비>
아무리 진짜 가을을 재촉하려는 비라지만 밤새 와도와도 너무 내리고 있네요. 무슨 태풍이 오는건가 하고 뉴스를 봐도 그냥 ’이 비 그치면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든다‘는 멘트가 우선하는군요. 우리나라의 여름내 몰아쳤던 태풍과 홍수, 리비아 대홍수 등 물로 인한 피해 및 사건들이 여전히 진행형인데, 제가 걱정한다고 내리는 비, 번쩍이는 번개가 오지 않을리 없겠지만... 이런저런 생각으로 창밖을 봅니다. 무엇이든 치우치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주말인 오늘, 비도 온다는 핑계를 달고 책방을 벗어나 볼까 궁리하고 있었는데, 생판 모르는 어느 책방에서 제게 책 주문을 하는군요. 처음으로 1인 출판사의 순수 역할에 웃음이 났습니다. 택배를 보내느니, ’잘됐다. 이번에는 이 도시로 여행가자‘하는 맘 입니다. 담주에 전주 KBS 모 프로그램에 말랭이마을이 소개되는데요, 이번에도 어머님들의 생생한 얘기를 잘 담아달라고 부탁했지요. 마을의 진정한 주인은 입주작가도, 공무원도, 여러 사업체 담당자도 아니기에 의뢰오는 방송담당자에게 항상 마을 어른들의 삶을 밀도있게 소개합니다. 어느새 제가 이분들의 변호인, 대리인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많으니, 입주 시 생각했던 ’마을주민으로 살아보기‘는 절반 이상의 성공입니다. 오늘도 막걸리 체험 사진과 공방활동, 동네 골목 등의 사진을 찍어서 방송국에 보내달라 하길래, 설레발치며 마을 몇 바퀴 돌 예정입니다. 맑은 날이면 사진찍기에 더 좋겠지만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멋스런 다른 풍경이 있겠지요. 어? 어느새 게슴프레 눈 뜨고 있던 새벽어둠이 저 멀리 가네요. 전기줄에 물까치 여섯 마리가 줄타기 공연을 준비하고 있구요. 글 쓰는 30여분 사이, 대꼬챙이 화살처럼 쏟아붓던 비도 유순해졌어요. 오늘도 정말 행복한 시간으로 당신의 하루가 채워지길 소원합니다.
박재삼시인의 <가을비>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가을비 - 박재삼
가을 아득한 들판을 바라보며
시방 추적추적 비 내리는 광경을
꼼짝없이 하염없이 또 덧없이
받아들이네
이러구러 사람은 늙은 것인가
세상에는 별이 내리던 때도 많았고
그것도 노곤하게 흐르는 봄볕이었다가
여름날의 뜨거운 뙤약볕이었다가
하늘이 높은 서늘한 가을 날씨로까지
이어져 오던 것이
오늘은 어느덧 가슴에 스미듯이
옥타브도 낮게 흐르네
어찌 보면 풀벌레 울음은
땅에 제일 가깝게 가장 절절이
슬픔을 먼저 읊조리고 가는 것 같고
나는 무엇을 어떻게 노래할까나
아, 그것이 막막한
빈 가을 빈 들판에 비 내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