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160

2023.9.25 안도현 <이웃집>

by 박모니카

타다닥 똑똑... 나이를 거꾸로 먹는 지인 한분이 오셨어요. ’만나면 기분좋은 사람’이 되기란 쉽지 않지요. 게다가 ‘글로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건 진짜 어려운 일이죠. 어쨌든 전 이분을 참 좋아합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중고등부 중간고사 보충수업으로 소위 당이 떨어져 있었는데요. 이 분의 손에서 나온 주홍빛 곶감에 홀딱 반했답니다. 올해는 기상 악화로 과일들의 결실이 좋지 않아서 추석물가가 장난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과일없는 추석 차례상이 없는 법. 선물을 받으면 언제나 친정엄마께 갖다드리는데, 어젠 제 입으로 먼저 들어가더라구요. 남편에겐 한 알 주고, 저는 무려 세 알이나 먹었습니다. 곶감하면 늘 친정아버지가 생각납니다. 참 좋아하셨거든요. 조만간 차례상에서 아버지와 조상들을 만나는 시간이 있겠군요. 어제 또 어떤 지인은 추석날 여행가는 세태의 씁쓸함을 말한 글을 보내주었는데, 저도 예전에는 무조건 이해불가였지만, 요즘엔 조금씩 생각이 바뀌었답니다. 저는 못해도 여행가는 사람들의 마음은 이해하는 쪽으로요. 세상은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드는 문화에 따라 바뀌니까요. 한 주의 시작, 월요일이자, 추석연휴도 있고 연달아 시월 첫 연휴가 있군요. 학원가족에게 시월의 편지를 쓰면서 세월이 아무리 빨리 흘러가도, 그래도 ‘이 순간은 영원히 여러분의 것’이라며 하루하루 재밌게 살아보시자고 전했습니다. 민족명절준비로 맘이 바쁘겠지만 누군가를 생각하는 날이 다가온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 오늘은 안도현 시인의 <이웃집>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이웃집 - 안도현


이웃집 감나무가 울타리를 넘어왔다

가지 끝에 오촉 전구알 같은 홍시도 몇 개 데리고

우리집 마당으로 건너왔다


나는 이미 익을 대로 익은 저 홍시를

따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

몇 날 며칠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아들은 당장 따먹어버리자고 했고

딸은 절대로 안된다고 했다


이웃집 감나무 주인도

월경한 감나무 가지 하나 때문에

꽤나 골치가 아픈 모양이었다

우리 식구들이 홍시를

따먹었는지, 그냥 두었는지

여러 차례 담 너머로 눈길을 던지곤 했다


그때마다 아내는 감나무 가지에서

홍시가 떨어질까 싶어 마음을 졸였다 한다

밤중에 변소에 가다가도

감나무 가지에 불이 켜져 있나, 없나

먼저 살핀다고 한다


아, 우리가 이렇게 된 것은

감나무 때문인가

홍시 때문인가

울타리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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