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9.28 강나무<꽃무릎>
길고긴 추석명절 연휴의 시작입니다.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연휴 때 국내외 여행을 가려고 긴 줄이 서 있다 하네요. 민속명절의 세태가 바뀐 줄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정도(正道)를 지키는 것도 참 아름다운 모습인데요, 씁쓸하기도 합니다. 이런 말을 하면 요즘은 너도나도 꼰대라 하니, 눈치도 보이지만 오늘은 왠지 ‘꼰대’소리 듣고 싶은 날입니다. 송편만들기, 전 부치기를 하면서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의 왕수다. 그 모습이 가히 멀리 있으니 그립습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한다해도 젊은 자식들에게 한번 정도는 말해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추석의 진정한 의미와 모습을요. 그런 후에 여행을 가도 늦지 않으니까요^^ 어젠 책방에 시집 한권이 소포로 와 있더군요. 처음 보는 이름의 시집. 어찌알고 책방에 보내주었는지 궁금해서 그녀의 시를 읽었습니다. 그 중 <꽃무릎>이란 시가 눈에 보이데요. 소포를 열어보기 전 계단위에 있던 꽃들에게 눈 맞추고 들어갔었거든요. 시인의 눈이란 참 특별합니다. 저는 그냥 앉아서 꽃을 보는 무릎을 가졌는데, 시인은 그 무릎조차도 꽃이군요. 작은 세상에 눈 맞추는 겸손한 꽃이니 특별한 감성을 가진 게 분명합니다. 감사의 인사를 톡으로 주고 받았는데요, 말랭이마을에서 산 적이 있다고, 기회가 되면 오고 싶다고 한 시인이었습니다. 시인이 말하네요. -퇴근길 지하철에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한쪽 어깨를 내어줬다. 곤한 숨소리에 망설이다가 나도 눈을 감았다. 시가 그렇다- 라구요. 어떤 분인지 궁금하군요. 이 시 이외에도 <시방> <행남자기> <생긴대로> 등 좋은 시가 많군요. 추석 명절 즐거운 일만 가득하길 바라지만 행여나 불편한 일이 있어도 쉬고 싶은 곤한 숨소리라 생각하고 어깨 한쪽 내어주시게요. 저는 그렇게 하려고 맘 먹었거든요~~
강나무 시인의 <꽃무릎>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꽃무릎 – 강나무
땅에 핀 작은 꽃을 볼 때는 무릎 꿇는 게 편해
그걸 꽃무릎이라 부르자
두 무릎으로 중심을 잡고 작은 것을 향해 충분히 기울일 수 있어
큰 두 잎의 꽃무릎이 조그마한 다섯 잎 제비꽃을 마주한다고 생각해 봐
꽃이 아닌 사소한 경우에도 꽃무릎으로 바라보는 게 좋아
몸이 앞으로 쏠리는 건 당연해
기우는 쪽으로 향기가 나고 꿀벌이 날아들지 몰라
설레는 일이 생길 징조야
안테나처럼 오른쪽 눈썹이 먼저 떨릴 때가 있어
우산을 쓰면 한쪽 어깨만 젖다가 무거워진 몸이 점점 기울지
땅에 가까워지는 것들이 낮게 구부리다 조용히 생각에 잠겨
중심을 버리고 비스듬히 움직이는 것 모두 꽃무릎으로 있는 거야
사랑을 시작하고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