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162

2023.9.27 나해철<추석귀성>

by 박모니카

딸이 떠난지 벌써 한달이 채워지네요. 시절이 좋아서 매일이라도 카톡으로 안부를 주고 받지만 그래도 직접 얼굴을 보는 것만 할까요. 이곳도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내려가는데 떠날 때 짐 무게 때문에 겨울 옷가지나 여러 물건들을 다 놓고 갔지요. 어젯밤 부랴부랴 짐을 챙기는데, 옷도 그렇지만 자꾸 먹을것만 챙겨지는 것은 왜 그럴까요. 요즘 세상 어딜가나 돈만 있으면 한국물건 없는 곳이 없다 할 정도라는데요. 제 친정엄마 손이 닿아야지 더 맛있는 음식인 것처럼, 제가 보내주는 물건이라야 더 진짜 같은 마음.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이 그런건가 봐요.^^ 명절이면 느끼는 첫 번째 사실... 도로 차량의 수가 늘어나죠. 그런데도 지체되는 운전으로 짜증나기 보다는 도심 이곳저곳에 사람들 정이 채워지는구나 생각하면 괜히 제 마음이 따뜻해져서 운전의 보폭도 넓어진답니다. 아마 오늘도 교통정체량(이렇게 말하니 엄청 큰 도시 같은 군산~~)이 늘어나 당신의 발걸음을 주춤거리게 할지라도 보름이 된 달의 미소처럼 온화하게 받아 주세요. 저도 오늘 인사해야 될 분들, 일일이 다 찾아뵐 수는 없어서 문자로라도 인사드려야겠습니다. 오늘까지 열심히 일하면 줄지어 서 있는 연휴가 있네요. 학생들 시험기간과 맞물려서 큰 계획을 잡긴 어려워도, 추석날 하루 정도 짬을 내어 어디라도 가볼까...궁리만하고 있네요. 또하나, 명절이라 기쁜 일만 있는 것이 아닌것이 세상일. 주변의 어려운 사람, 슬픈 사람, 외로운 사람, 아픈 사람이 있음을 함께 기억 하시게요. 나해철 시인의 <추석귀성>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추석 귀성 – 나해철


아버님께 큰절 올렸네

늘 그러시는 것처럼 한두 마디 하실 뿐

가슴속의 만가지 말씀 그냥 묻어 두셨네 병이 깊어지셨네

오래 오래 사십시오 속으로만 속으로만 되뇌었네

차례상에 술 올리고 절하고

물음마다 대답하여 아이들을 가르치고

아버님 앞에서 자식들을 다독거리는 것도 좋았네

밤이 와서 달맞이도 했네

달도 좋아서

함지박만하게 입이 벌어져 있었네

아버지와 어머니와

아들 며느리 손자가 윷놀이도 즐겼네

아이들의 도개걸윷모에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더 크게 웃으셨네

어느덧 한가위 달은 두둥실 높이 떠올라

따뜻한 고향집 안방처럼 커진 채로

오래토록 밝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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