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166

2023.10.1 이세복 <10월이 오는 소리>

by 박모니카

귀경차량의 행렬을 보니 결혼 전 옛날이 떠오릅니다. 타지에서 고향까지 9시간 10시간 걸려서 내려오던 고속도로. 그래도 참 행복했어요. 아마 어쩌면 그런 명절 행렬속에 있던 모습을 즐겼을지도 모르죠. 무슨 개선장군처럼요. 추석 명절 연휴동안 내내 젊은 시절 ‘그때 그 사람’이 떠오르는 건 그만큼 세월이 또 익혀졌다는 뜻이겠지요. 밤사이 두드리는 빗방울로 기온이 둑 떨어진 느낌이예요. 이제 나뭇잎들도 몸을 사리고 다른 빛깔로 제 역할을 시작하겠죠. 지금은 풀벌레 소리도 모두 사라졌구요. 진짜 가을이 부드럽지 않고 밤톨 송곳마냥 날카롭게 갈바람처럼 스산하게 우리를 채색해주겠지요. 어젠 가족들과 드라이브나 하자고, 일부러 한산한 축제전 정읍 구절초동산을 찾았는데요, 아쉬운 건 꽃이 덜 피어있었어요. 그래도 가족과 산책하며 대화하기 딱 좋았습니다. 구절초대신 바늘꽃과 소나무 무리를 사진으로 딸에게도 보내주고요. 이번기회에 구절초와 쑥부쟁이도 정확히 구별하는 법도 배웠네요. 뭐든지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고 그러려면 체감하여 얻은 지식이 오래 가지요. 안도현씨도 <무식한 놈>이란 시에서 그 둘을 구별하지 못한 자신과의 절교를 말했는데요, 저는 오히려 이제라도 구별한 ‘저’를 더 사랑하려고 합니다^^ 시월하면 꽃 중의 꽃 국화. 오늘부터 시작된 또 다른 연휴에 나들이 하신다면 국화 화분하나 창가에 놓아보시면 어떠실까요. 그 향기가 당신의 가을을 분명 외롭지 않게 할 것 같아요. 오늘의 시는 이세복 시인의 <10월이 오는 소리>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10월이 오는 소리 – 이세복


화려했던 열정의 꿈이여

아픔과 상처의 시간이 더할수록

소슬바람에 휩쓸리듯 서로에게 비껴간다


옹이 진 상처가 곪아 터진 것처럼

홀로 서럽게 울던 길모퉁이


가을이면 희미한 상념들이

바람과 함께 떠오르는 인생의 윤회

시월이 서러워 속으로 울고 만다


하얀 갈댓잎 속살도 아플진대

낭만의 추억을 한 자락이라도 부여잡고

가고픈 걸 가을은 알까


홀연히 훨훨 날리듯 가는 이 계절에

붉게 탄 홍엽도 코스모스 흐드러진 것도

이젠 나뭇잎으로 떨어지는 가을 사랑

산, 들엔 쑥부쟁이 만발하여

진한 향기 코끝을 간지럽히는데

양떼구름에 내 마음 실어

정처 없이 떠나고 싶은 가을날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다시봄날편지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