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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봄날편지189

2023.10.24 피천득 <시월><편지><꽃씨와 도둑>

by 박모니카

드디어 말랭이 동네글방 문해수업이 끝났습니다. 지난 3월부터 8개월간 진행했군요. 기본교과서 4권 중 3번째 책의 마지막 단원이 수의 대소(산수 부분이죠)와 수의 자리 이름이었어요. 처음으로 산수공부가 나왔다고, 더 공부하면 좋겠다고... 이제 월요일마다 심심하겠다고. 여러 말씀이 나왔습니다. 일단, 다음주에 있을 시낭송에 최선을 다해주시고, 한 권 남은 교과서 공부는 꼭 할 때가 있을거니 너무 걱정 마시라고 했지요. 대부분의 어머님들이 결석 한번 하지 않고 공부하셨습니다. 어젠 숙제로 해온 ’가을‘에 대한 글짓기를 발표하면서, 그들의 글이 얼마나 단단해지고, 야물어졌는지, 누가봐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 이제는 당신들 마음 속 말을 글로 쓰는데 두려움 대신 기쁨과 자긍심이 가득합니다. 이만하면 동네글방수업 잘했지요. 올해는 가르치는 보람을 바로 이곳에서 찾았네요. 오늘 아침, 글쓰는 문우들과 만나죠. 어젯밤, 이분들의 글을 읽으며 뒹굴뒹굴 거리며 오랜만에 수필의 대가 피천득작가의 <수필>에서 전하는 수필에 대한 맛과 멋을 읽었네요. - 수필(隨筆)은 청자연적(靑瓷硯滴)이다. 수필은 난(蘭)이요, 학(鶴)이요, 청초(淸楚)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女人)이다. 수필은 그 여인이 걸어가는, 숲속으로 난 평탄(平坦)하고 고요한 길이다. - 널리 알려진 구절입니다. 오늘도 글로서 마음을 나누며 여인들이 걸어갈 숲길을 조용히 따라가 보렵니다. 그 너머에 어떤 또 다른 길이 나올지 궁금해지네요.^^ 오늘은 피천득시인의 <시월><편지><꽃씨와 도둑>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시월 – 피천득

친구만나고

울 밖에 나오니


가을이 맑다

코스모스


노란 포플러는

파란 하늘에

편지 – 피천득


오늘도 강물에

띄웠어요


쓰기는 했건만

부칠 곳 없어

흐르는 물 위에

던졌어요

꽃씨와 도둑 – 피천득


마당에 꽃이

많이 피었구나

방에는 책들만 있구나


가을에 와서

꽃씨나 가져 가야지

10.24글방끝1.jpg 말랭이마을 감나무에 주렁주렁 ... 아마 제게도 배달되겠지요^^
10.24글방끝2.jpg 정엽어머님 글
10.24글방끝3.jpg 명희어머님 글
10.24글방끝4.jpg 흥자어머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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