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건너오셨을까요. 혹여나 시월의 마지막 날에 지난 서른 번의 날을 다 훑어보며 마음 붙들어 보았을지도 모르지요. 그래도 가야 할 길이 있기에 미련을 접었을지도 모르구요. 제가 그랬거든요. 하루의 약속이 끝나고 밤이 되면 혹시나 부족한, 더러는 아쉬운 미련 덩어리들을 다독거리며 잠자리에 들곤하지요. 그러다가 때때로 별짓을 합니다. 어젠 갑자기 머리맡에 책들, 양팔 옆의 각종 영수증과 집기류들이 천근의 무게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한시간 여 버릴 거 버리고 닦을 거 닦고 나니 조금 마음이 가벼워졌답니다. 보이지 않는 그 누군가가 시킨 듯, 한밤중 청소를 하고 11월을 맞았습니다. 그래요, 조금이라도 비웠으니, 귀한 그 무엇으로 채워지기를 소망한 게지요. 어느 시인인지 잊었는데요, 11이라는 두 숫자가 잎 떨군 큰 나무 두 그루처럼 표현한 글을 읽은 적이 있지요. 정말로 우수수 떨어질 낙엽들의 끝도 모를 절정으로 세상이 물들어가겠지요. 어디 세상만 물들까요. 올해도 열심히 살아온 당신 역시, 아름다운 색으로 알록달록 물들어갈 것을 알아요. 그러니 세월이 너무 빨리 간다고 우리 서로 아쉬워 말아요. 오히려 낙엽 밟는 소리를 담으며 우리 고유의 사색(思索)바구니를 만들어보시게요. 첫날 첫 매듭 하나를 올 풀리지 않게 잘 달아놓으면 남은 날들도 저절로 손 내밀어주겠지요. 오늘은 김용택시인의 <11월의 노래>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