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276

2024.1.20 공광규 <별국>

by 박모니카

오랜만에 말랭이 마을 어머님들을 만났습니다. 공방에서 두런두런 말씀하시며, 맛나게 무언가를 드시고 계셨는데요. 알고보니 명태를 저민 후 남은 머리와 뼈를 기름에 튀긴, 소위 ’명태뼈튀김‘이었습니다. 한번 먹어보라고, 맛있다고, 예전에 가난할 때부터 이렇게 먹었었다고 하시더군요. 기름 손으로 통통하게 살점이 붙은 뼈튀김을 주시길래 맛을 보니 정말 맛있었어요. 음식에 대한 예의는 가난과 부유의 척도가 아니지요. 설혹 먹다가 남겨지더라도 가축과 함께 공생했던, 극히 과하지 않게 음식을 절제했던 어른들의 삶의 지혜. 요즘은 어디서나 먹을 것이 넘쳐나는 시대, 특히 우리 사회의 음식 과소비가 결코 남의 탓으로만 넘길일이 아니기에 어머님들의 작은 나눔에서도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답니다. 어제는 어느 분께서 저녁에 드시라고 먹을 것을 보내주셨더군요. 봉지에 싼 모습만 보면 먹을 것에 있어서는 어지간히 수더분한 제 마음을 알고 계신듯 했어요. 한번 더 익혀서 몇 점을 뜨며 그분의 정성을 감사히 받았네요. 매일 돌아가는 경제의 수레바퀴에서 쏟아져 나오는 소비와 낭비, 그중 우리의 생명인 음식에 대한 지나친 낭비 1%만 모아져도 나 아닌 누군가의 생명을 지킬수 있다는 홍보문구가 떠오릅니다. 주말이라고 특별 외식이 준비되곤 하는데요, 오늘은 만나는 음식마다 경외심과 감사의 마음을 더하고 싶습니다. 편지를 쓰며 배경음악으로 겨울 눈을 그리는 영화음악을 틀었더니 마치 창밖에 눈이 펄펄 내리는 듯 고요하군요.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이 대한(大寒)일거예요. 아마도 이름값을 할지도 몰라요. 독감 걸리지 않게 따뜻한 차로서 하루를 데워가시게요. 공광규 시인의 <별국>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별국 – 공광규


가난한 어머니는

항상 멀덕국을 끓이셨다

학교에서 돌아온 나를

손님처럼 마루에 앉히시고

흰 사기그릇이 앉아 있는 밥상을

조심조심 받들고 부엌에서 나오셨다

국물 속에 떠 있던 별들

어떤 때는 숟가락에 달이 건져 올라와

배가 불렀다

숟가락과 별이 부딪치는

맑은 국그릇 소리가 가슴을 울렸는지

어머니의 눈에서

별빛 사리가 쏟아졌다.


<참고>

‘멀덕국’은 시인의 고향인 충청도 청양 지역에서 쓰는 말. 건더기가 없는 멀건 국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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