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하루종일 비가 오는 덕분에 지인들과 실내에서 머물며 얘기할 시간이 많았습니다. 조상과 제사에 대한 본질과 형식에 대해 각기 다른 의견을 주고 받았지요. 이 세상 어느 나라든지 고유의 문화 속에서 우린 살아갑니다. 태어나면서 습득된 문화는 우리가 매일 먹는 양식과 같은 것이지요. 그 양식을 바탕으로 우리는 사유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며 생각의 그물을 짜 나가며 또 다른 문화를 만들어 갑니다. 그러나 아무리 새로운 문화형성이 멋지게 보인다 할지라도 바탕이 되었던 그물코없이 세워지는 장막은 없지요. 다행히도 이 나이쯤 먹고보면, 서로 다른 생각에도 완충지점이 곳곳에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쉽게 느끼는 것은 우리 고유의 정체성인 제사문화를 우상숭배화 하는 타 종교들의 시선은 여전히 마음 아픈 일입니다. 공자의 제자 중 ‘재아’는 늘 튀는 생각으로 많이 질책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부모가 돌아가신 후 삼년상이 너무 길으니 일년 상만 하자고 했답니다. 이때 공자왈, ‘자식이 태어나서 최소 3년은 지나야 부모 품을 벗어난다.’라며 불인(不仁)이라며 또 혼났다고 합니다. 요즘 세상은 심지어 삼오제도 사라지니 제사의 형식을 운운하는 제가 완전 꼰대같다고 말해도 할말은 없지만 저는 우리의 오랜 전통 중 꼭 지키고 싶은 것 중 하나가 제 부모를 포함한 조상에 대한 예를 갖추는 일입니다. 본질을 경시한 형식도 안타깝고, 형식을 떠난 본질도 안타까운 일. 그 둘의 조화가 상존하는 세상이면 더욱더 좋겠다 생각했지요. 감기기운이 아직도 남아서인지 어제 마셨던, 잘 고아진 보약 같았던 대추차가 그리워지네요. 편안한 주일 맞으세요. 오늘은 한용운 시인의 <인연>입니다. 봄날의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