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281

2024.1.25 마종기 <이름부르기>

by 박모니카

폭풍한설이 걷히니 역시나 그 자리엔 푸른 하늘이 있었습니다. 말랭이마을에서 보이는 하늘은 유독 맑고 푸르러 멀리 다른 곳을 찾을 필요도 없지요. 정자에 오르며 솜이불 덮은 화살나무와 동백나무에도 눈길한번 주고, 저 멀리 수시탑에게도 안녕하번 하고요. 군산 구시가지와 오성산이 보이는 너른 풍경을 사진에 담고 내려왔습니다. 책방 안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창문 너머 팽나무를 보고 있으니 몸체가 매우 작은 새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더군요. 곤줄박이, 동박새 등이라고 하데요.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재들이 이 책방 앞에서 먹이를 먹으러 온다면? 팽나무 가지가 늘어진 철망 난간에 밥그릇을 달아볼까?” 겨울이라 먹이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제가 자연의 이치를 깨는 일을 하는 건가 하는 의문이 달렸지만, 이내 생각은 앞질러서 먹이통을 구하고 있었지요. 여름이면 더욱더 활개치는 팽나무 잎 자락도 불편하다고, 올해는 다 뽑아버리도록 해야겠다고 앞집 할머니는 제게 의견을 구한 지 며칠 전. 그런데 이제는 새까지 불러들이려는 저의 새까만 속을 그분이 알면 완전 배신자라고 하겠죠~~~^^ 하여튼 밥통 한 개쯤 달아 놓으렵니다. 한 달쯤 지켜보면 알겠지요. 전기줄보다는 팽나무가 더 귀한 새들의 보금자리가 될 수 있을지 어떨지... 오늘은 마종기 시인의 <이름부르기>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이름 부르기 - 마종기


우리는 아직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검은 새 한 마리 나뭇가지에 앉아

운문의 목소리로 이름 불러대면

어느 틈에 비슷한 새 한 마리 날아와

시치미떼고 옆가지에 앉았다.

가까이서 날개로 바람도 만들었다.

아직도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그 새가 언제부턴가 오지 않는다.

아무리 이름 불러도 보이지 않는다.

한적한 가문 밤에는 잠꼬대되어

같은 가지에서 자기 새를 찾는 새.

방안 가득 무거운 편견이 가라앉고

멀리 늙은 기적 소리가 낯설게

밤과 밤사이를 뚫다가 사라진다.

가로등이 하나씩 꺼지는 게 보인다.


부서진 마음도 보도에 굴러다닌다.

목소리라고 부를만한 것이 있었을까.

이름까지 감추고 모두 혼자가 되었다.

우리는 아직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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