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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일 Jul 15. 2024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생존 기술

친절이란 무엇인가, 3가지로 이해하기

필라테스를 시작한 건 지난해 3월, 구청에서 운영하는 체육센터에서 강습생 15인 중 ‘혼남’(혼자 남자)으로 1년을 버티며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올해 3월부터는 아파트 상가의 전문숍에서 진행하는 5대 1 그룹수업으로 바꿔 4개월 동안 배웠다. 그룹수업의 최대 강점은 요일과 시간, 강사를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7월 들어서는 아내와 함께 2대 1 수업을 시작했다. 가장 많이 고심한 건 강사를 결정하는 일. 10여 명의 강사 중 누구에게 받을까. 아내와 나의 의견은 어렵지 않게 일치했다. 활력과 자신감, 실력과 프로의식, 무엇보다 결정적인 건 수강생과의 교감 능력이었다. 미소와 눈 맞춤, 적절한 리액션, 친절하고 부드러운 태도가 우리를 사로잡은 것이다. 실제 그룹수업에서 가장 마감이 빠른 에이스 강사였다. 수강생들이 강사를 보는 눈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상에는 무례가 넘치고 빌런들은 일상 곳곳에서 등장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가끔은 친절이 몸에 밴 사람들과 기분 좋게 만나기도 한다. 그들이야말로 튀지 않으면서 세상을 밝고 선하게 이끄는 사람들이다. 친절이란 과연 무엇일까. 타고난 건지 노력으로 가능한 건지, 여러 가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최근에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친절이란 결국 3가지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1. 기본은 표정과 마음가짐


친절에도 단계가 있다. 출발은 단연 얼굴의 표정과 몸짓, 언어와 말투다. 첫눈에 봐도 상대에게 편안함을 주는 게 중요하다. 이런 느낌과 인상을 보여주려면 평소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공감과 배려의 태도가 마음 깊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거의 본능처럼 배어 나온다고 해야 할까. 그러려면 그 사람의 내면에는 부정적 감정보다 ‘긍정적 감정’이 충만해야 한다. 긍정적 감정은 얼굴의 표정과 말투, 몸짓과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나타나게 마련이다.


이 같은 친절과 공감의 태도는 우리의 행복에도 중요하다. <인성이 실력이다>의 저자 조벽 교수는 행복하기 위한 최적의 마음가짐으로 “긍정 감정과 부정 감정이 3대 1 정도면 충분하다.”라고 말한다. 부정 감정을 없애지는 못하므로 일상에서 긍정 감정이 지배적인 상태가 되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평소에 긍정 감정을 키우고 습관화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행복의 지혜가 아닐까.



2. 상대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두 번째로는 그 사람의 마음 상태가 무엇인지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중요하지만 쉽지 않고, 눈치를 열심히 본다고 저절로 알게 되는 것도 아니다. 그만큼 감각과 센스가 필요하다. 상대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표정과 몸짓, 말투에 드러난 그 사람의 바람과 욕구를 정확하게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바로 ‘타인의 감정 읽기’다.


지난 봄 학기 K컬처 수업에서 학생들과 함께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토론과 발표를 하면서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내게 이런 멋진 순간이 있었을 거라곤 미처 생각 못 했다.”라며 좋아했다. 기억 속 깊이 떠난 내 인생의 여행, 마음을 움직인 순간은 의외로 우리들 가까이 있었다.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에 아주 ‘자신 있게’ 소개한 학생들이 잊히지 않는다. “나는 남의 말을 경청하고 눈을 잘 맞추며 소통하는 걸 좋아한다. 손도 빨라 간호학과가 딱 적성에 맞는다.” “나는 언제나 친구들에게 자상하게 말하며 아무리 친해도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이렇게 속 깊은 감정을 나누는 기특한 젊은이들이 있을 줄이야,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3. 적절한 리액션이 따라야 한다


결론적으로 중요한 건 상대가 원하는 것을 적절한 타이밍에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요구에 대한 대처가 때와 장소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는 뜻. 타이밍이 늦거나 엉뚱한 반응을 보이면 상대는 실망할 수밖에 없다.


지난 5월의 제주 여행은 천국과 지옥을 맛본 여행이었다. 2명의 택시 기사가 보여준  최악의 무례 때문에 하마터면 여행을 망칠 뻔했다. 하지만 뜻밖의 반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펜션의 여주인은 제주 여행 중 만난 사람 중 가장 친절했다. 시종일관 미소와 부드러운 자세로 대해주고, 우리가 불편한 상황을 얘기했을 때 자기 일처럼 바로 원하는 것을 정확히 해결해 줬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무엇인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순간이었다. 그 한 사람 덕분에 우리는 좋은 기억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친절과 공감, 최고의 생존 기술


친절함이란 무엇일까. 어떤 대가를 치르면서도 타인을 도우려는 성향을 말한다. 일상에서 흔하게 마주치는 게 친절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기대하기도 베풀기도 마냥 쉬운 건 아니다. 시간과 노력이 따르고 그만큼 '감정노동'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는 법이다.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인 자밀 자키의 <공감은 지능이다>(2021)는 “친절은 동물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생존 기술 중 하나”라고 말한다. 동시에 친절한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밑바탕에는 공감이 있다고 강조한다. 신체적 역량으로는 보잘것없는 존재인 인간이 수천 년을 거치면서 진화한 것은 엄청난 공감능력을 바탕으로 함께 뭉치고 협력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거대한 동물을 사냥하고 문명을 건설했으며, 결국 지구를 차지한 생명체가 된 것 아닌가.



친절과 공감은 타고난 것일까


우리는 일상에서 종종 불친절이나 무례한 일을 겪는다. 특히 서비스업 현장에서 고객 응대에 미숙한 직원들을 만나면 일순 언짢은 마음이 들지만, 한편으론 안 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서비스업이 도대체 체질에 안 맞는 듯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과연 친절은 타고난 것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자키 교수는 고정된 기질적 특징이라기보다는 후천적인 노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기술’에 가깝다고 한다. 저자 자신이 부모의 이혼이 공감능력을 키우는 훈련장이었다고 밝힌다. 엄마 아빠 모두와 연결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연민을 키우는 연습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자신을 아는 게 중요하다


개인에 따라 타고나거나 뛰어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감각이나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건강한 식습관이나 생활 습관처럼 누구나 연습을 통해 어느 정도 키워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식적인 노력과 훈련을 통해 친절과 공감의 감각에 조금씩 익숙해질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어떤 상황이든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게 우선이다. 선천적으로 둔한 건지, 일상에서 관심이나 노력이 부족한 건지, 나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세상을 사는 데 친절이나 공감만큼 중요한 기술은 없다. 어떤 경우는 자기 자신에게 더욱 절실할 수도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가 놓칠 수 없는 최고의 부드러움, 바로 친절과 공감이 아닐까.







*표지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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