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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일 Feb 20. 2021

취업 면접, 위기 탈출을 위한 3가지 팁

- 회사에서는 '공부 머리' 말고 '일머리'가 1번이다

최근 2달 사이에 3번의 면접을 치렀다. 2번은 관광업계와 문화예술 분야 채용을 위한 면접 심사위원으로, 1번은 심사위원 앞에서 면접을 보는 시간강사 지원자였다. 사람을 평가하는 일이란 게 은근히 피곤하고 심적 부담이 상당하다. 채용의 면접 심사위원이라면 한자리에서 3~4시간은 기본이고, 눈에 불을 켜고 여러 사람을 지켜봐야 한다. 반대로 지원자일 때야 말이 필요 없다. 평생의 직업을 좌우할 수도 있는 일이니, 절실할수록 긴장감과 흥분이 더하다. 과연 그날 그 현장에서 떨리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이런 순간을 만난다. 요즘 코로나19로 고용시장이 최악의 상황이라, 90년대생 아들이 지원한 편의점 알바 면접도 치열하다. 짧은 시간에 누군가를 평가하거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심사를 받는 일, 최근의 경험을 통해 느낀 소감과 팁을 정리해본다. (*전문가의 견해가 아니라 실제 사례에서 느낀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1. 간절함과 절박감을 실력과 역량으로 보여줘라     


채용은 보통 서류심사로 시작한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그 사람의 능력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핵심 정보다. 서류심사에서 20% 정도는 거의 자동으로(?) 걸러진다고 한다. 성의 없는 ‘복붙(복사해서 붙이기)’이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원하는 회사 이름도 바꾸지 않은 채 제출하는 경우가 있다는 후문. 이해는 간다. 취업시장이 워낙 어렵다 보니 몇 가지 유형으로 서류를 꾸며놓고 돌려막기로 활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다 보면 성의 부족이 금방 눈에 띈다. 과연 우리 회사에 진짜 관심이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나를 보여주는 방법은 다양하다. 스펙은 일차적으로 중요하다. 학점, 학교 교육, 인턴과 대외활동, 자격증, 수상 경력, 해외경력, 어학성적 등등. 얼마나 열심히, 힘들게 준비했는지 금방 눈에 보인다. 스펙은 기본적인 능력과 성취에 대한 신뢰감을 줄 수 있다. 다만 더욱 중요한 것은 스펙이 그 사람의 역량으로 구체적으로 연결되고(이력서와 자소서), 평가가 이뤄지는 짧은 시간에 지원자의 자세와 태도에 체화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면접).      


인상 깊은 어떤 지원자의 경우를 보자.

- 대학이나 외부 교육 과정의 수강과목을 제시하고 배운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리.

- 편의점 알바도 ‘상품 유통 학습, 재고 정리, 서비스 마인드 제고 등’으로 세분화해 제시.    


물론 지원한 회사의 업무와 관련이 많을수록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 자소서에는 그 회사에 관한 구체적이고 특징적인 내용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조건에 내가 얼마나 부합하고, 앞으로 자신을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를 인상 깊게 보여줘야 한다. 입사를 향한 간절함을 실제적인 능력과 역량, 의욕과 포부로 연결해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면접에서 이런 부분은 필수적이다.      


2. 외워서 연기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말하라     


읽듯이 말하는 낭독형, 외워서 말하는 암기형이 꽤 많다. 아무래도 경험 부족의 초심자가 더 그랬던 것 같다. 연예인 중에 간혹 드라마 대사를 국어책 읽듯이 연기해서 구설에 오르는 경우와 비슷하다. “안녕하십니까? OOO입니다. 저의 장점은 첫째 OOO, 둘째 OOO... ” 이런 사례도 자연스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외운 내용이더라도 구어체로 자연스럽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정성을 담으면 더욱 좋겠다.      


경력 빵빵한 경험자 중에는 과도한 자신감, 지나친 자기 자랑이 눈에 띄었다. 말이 번지르르 많거나 눈에 거슬릴 정도로 잘난 체하는 경우다. 조직은 개인플레이가 아니고 협업이 필수. 한 명의 메시나 호날두가 반짝 빛날 수 있으나 지속가능성은 글쎄다. 결국 조직과 사회는 협력과 공존의 터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오버는 경계 대상.  

    

면접 심사를 하다 보면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 얘기를 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기시감과 비슷한 ‘기청감(旣聽感)’이라고 해야 할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하라는 요청에 “합격 여부를 떠나 지원한 회사에 관해 공부한 좋은 기회였다”는 답을 몇 번 들었다. 아마도 기출문제나 예상 질답(?)에 나온 거였을까. 차라리 ‘입사에 대한 의지와 함께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더욱 보강해 나가겠다'는 열의를 보여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기업이나 회사에서 실전은 현실에 대한 응이다. 새롭게 변하는 상황에 따른 시의적절한 대응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회사 일이란 게 교과서나 책에 나온 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변화와 대응이 일상이고 상황과 맥락의 원리가 변화무쌍하게 통하는 곳이 사회 아닌가.  

 

   

3. 약점을 기억하고 플랜 B로 순발력 있게 대응하라     


두 번의 면접 심사위원 경험에 이어 이번엔 면접을 봐야 하는 지원자로 임했다. 모든 것이 달랐다. 가장 당황한 것은 느닷없는 질문에 맞닥뜨렸을 때다. 예상 문제가 아닌 것. 내 약점을 파고드는 예리한 질문, 위기의 순간이었다. 필기시험이라면 그나마 생각할 여유가 있는데, 면접은 재빠르게 답이 나와야 한다. 처음에 버벅대다, 겨우 숨을 가다듬고 답변을 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답변하는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을 때 어떤 지원자들은 “잠시 생각할 시간을 달라”라고 하는 경우를 봤다. 순간 응이 놀라웠다(이것도 예상 문제였을까). 어쨌든 재치 있는(?) 대응이고 잠깐은 기다려줄 수 있다. 물론 적절한 답변이 중요하겠다.      


결론적으로는 우선 자신의 장점보다는 약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야 한다는 것. 장점은 자신감 있는 패기로 절제하면서 대응하되, 부족한 점을 어떻게 보완하고 강화해 나갈 것인지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지속적인 연습과 반복 훈련을 통해 유사한 상황에 대비하고 극복하는 것. 답은 책상보다는 현장에 있고 머리보다는 몸을 움직이는 연습에서 나온다.  

    

계획대로 진행되는 인생은 없다. 예고 없는 재난이나 위기 상황에 대비하고 늘 플랜 B를 생각하는 것이 살아남는 길이다. (거창하게는) 위기관리 매뉴얼과 소통 전략을 가동할 필요도 있다.      




채용 심사는 '공부 머리'가 아니라 '일머리'를 평가하는 자리다. 수석 합격이 일 잘하는 직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공부 머리는 대개 책이나 교과서에서 나오지만, 일머리는 현장의 적응과 상황 판단력에서 나온다. ('생활 머리'는 동네의 아는 형이나 언니가 최고). 사회에서는 공부 머리가 일머리와 생활 머리를 따라가지 못한다. 간절한 마음으로 고생 끝에 준비한 스펙을 실제적인 역량과 가능성으로 보여줘야 한다. 스펙이 부족하더라도 만회하고 돌파할 수 있다. 실제 입사 후 함께 일해보면 스펙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금방 느낀다. 의욕과 자신감을 가지고 어필하되 오버는 유의하라는 것이다.      


18세기 후반 산업혁명 이래 부모보다 못 사는 최초의 세대가 우리 자식들일 것이라고 한다. 90년대생인 아들도 포함될 것이다. MZ(밀레니얼+Z) 세대들의 박탈감, 절망과 분노가 눈에 보이는 이유다. 그래도 어딘가 길은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엎친 데 덮친 격이지만, 최근 내가 참여한 채용 사례를 보면 세상은 여전히 돌아가고 사람은 필요하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파이팅과 행운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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