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의 나

꿈은 네가 먼저 다가가는 거란다

by 식이타임

어떤 글을 써야 할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사춘기 시절 일기를 기록했던 블로그에 들어갔다. 과거의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건만 이내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치킨 진짜 맛있었음", "이제 공부 열심히 할 거임."

음슴체를 남발했었구나. 이불킥하게 만드는 기록들이지만, 당시엔 꽤 열심히 적었던 것 같다. 화끈해진 얼굴을 부여잡던 중 눈에 띄는 글 하나가 있었다.


'열다섯의 나'


당시 게임 스타크래프트에 빠져있었다. 나는 프로게이머 이영호를 좋아했다. 나보다 고작 두 살 많지만 엄청난 실력자였다. 그날은 스타리그 결승전을 보러 갔던 날이었다. 17살의 나이에 거뜬히 우승을 해내는 그의 모습을 보며 적었다.


"나는 오늘 배웠다. 아무리 어려도 꿈이 있다면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아직 꿈이 없다. 어리지만 벌써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니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꿈이 있었으면 좋겠다. 올해는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걸 찾고 싶다."


맞다, 꿈이 없어 아파했던 시절이 있었지. 글 아래엔 담임선생님의 주옥같은 댓글이 남아있었다.

꿈은 그냥 네게 오는 것이 아니라
네가 먼저 꿈에 다가가면 되는 거란다.


스물여덟의 나, 분명한 건 기다리고 있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늘 막연했던 장면 속으로 뛰어들었다. 열다섯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꿈에 다가갔더니 음슴체에서 보통 어른의 문장을 쓸 정도는 성장했다고.


아팠던 날의 기록 덕분에 한껏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한결같이 꿈꾸고 싶어 졌다.


열다섯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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