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형에 관하여
어떤 사람을 만나면 좋을지 막연하다고 하는 내게 선배는 말했다.
"이런 사람이면 좋겠다고 50가지 이상 적다 보면 누군지는 몰라도 형체가 그려질걸?"
농담이 섞인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저 농담으로만 받아들이지 않았던 나는 집으로 돌아가 적어봤다.
'어떤 사람이면 좋을까.'
시시콜콜한 것부터 이래도 되나 싶은 것까지 적었다. 어느새 70가지가 넘게 나왔다. 다시 되돌아 읽어보니 형체가 그려지기보단 이 정도면 상상 속 인물이 분명하다 싶었다.
살아오며 '콩깍지가 씌다.'는 문장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콩깍지는 결국 벗겨지는 순간 다른 모습이 등장하게 되니까.
대신, '투명 콩깍지' 같은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눈에 써져도, 벗겨져도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콩깍지 속에 담긴 것들이 활력소가 되고, 때로는 나쁜 일들을 견뎌내는 면역력이 되고, 근사한 사람이 되고픈 원동력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그리는 것엔 실패했지만 한 가지 깨달았다.
우선, 나부터 투명 콩깍지가 되어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