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신만의 페이스가 있다.
티브이 속 무반주로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잠에서 깼다. 몰랐다. 지석진이 가수였다는 사실을. 이상했다. 나긋하게 가사를 읊는 '별루-지'의 목소리가 유독 마음을 울렸다.
그는 울컥하며 무대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가수가 되기 위해 데모 테이프를 가지고 다니던 시절부터 지금 무대에 오르기까지. 한편에 묵혀두고 지켜왔을 그의 꿈이 눈에 그려지는 듯했다.
'별루-지'에게 정감이 가는 이유, 지금까지 겪었을 성장통이 느껴져서다. 이젠 아픔과 함께 성장곡선을 맞이하고 있는, 결코 '별루지!'라고 할 수 없는 그의 모습을 통해 용기를 얻는다.
시험 결과가 안 좋아서 그랬는지 몇 달간 동생이 가족들을 차갑게 대했다. 녀석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스물넷에 중2병이 온 거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아빠도 이제 나이를 드셨나 보다. 화내기 보다 퉁퉁 대는 동생의 기분을 살피기 바빴다.
어버이 날이었다. 엄마가 기뻐하며 말했다.
"소헌이가 어버이 날이라고 용돈 주더라~ 그동안 퉁퉁 대서 미안하다고 편지 써놓고."
갓난아이 땐 인큐베이터 안에서 삶의 경계를 넘나들었는데 어느새 나보다 힘이 셀 정도로 자랐다. 지각을 밥먹듯이 하던 초등학생이 고등학생이 되고 나선 새벽같이 일어나 등교했다. 이번에 찾아온 '뒤늦은 중2병'도 성장의 신호였을까. 편지를 쓴 이후로 부모님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녀석은 늘 그랬다. 느린 듯, 위태로운 듯 보였지만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했다.
조급했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꿈을 쫓는 것도. 남들과 비교하기 바빴다. 실패에 대한 좌절감에 휩싸였다. 묵묵히 자신만의 페이스로 성장하는 이들을 보며 생각했다. 발버둥치는 한 결코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고. 나만의 페이스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거라고.
어느샌가 뒤를 돌아봤을 때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
나도 모르게 그리고 있었던,
나만이 그릴 수 있는 성장곡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