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가장 짜릿했던 도둑질

견생(犬生)을 바꾸다

by 식이타임

어릴 적 키우던 개 이름 검둥이. 어느 날 검둥이는 새끼 여섯을 낳았다. 엄마를 닮은 검은 강아지 둘, 황토색 강아지 둘, 회색 강아지 둘이었다. 아빠 개도 검은색이었는데 어찌하여 황토색과 회색의 강아지가 나온 것인지 생명은 신비했다.


검둥이는 출산 후 얼마 되지 않아 죽었다. 검둥이를 대신해 여섯 마리 새끼들을 열심히 키웠다. 태풍이 오는 날엔 작은 녀석들이 걱정되어 거실로 데려왔다. 철없는 녀석들의 폭풍 배변활동에 머리가 아프긴 했지만 똥 싸는 것 마저 귀여웠다.


제법 몸집이 자라기 시작하고 키울 여력이 되지 않자 강아지를 한 마리씩 분양하기 시작했다. 녀석들 중 황토색 한 마리는 담 넘어 옆집 아주머니가 데려갔다.


동네슈퍼에서 과자를 사오는 길이었다. 옆집 대문에서 들리는 녀석의 울음소리가 얼마나 슬프던지, 남의 떡이 되어버린 녀석이 얼마나 아깝던지 며칠간 마음이 쓰였다.


계속되는 낑낑거리는 소리에 큰 결심을 했다. 녀석을 데려오는 것이었다. 의자를 발판삼아 내 키보다 훨씬 높은 담을 넘었고 반갑게 꼬리를 흔드는 녀석을 훔쳤다. 담을 넘느라 양 팔에 상처가 생겼지만 녀석의 울음소리 보단 아프지 않았다. 별안간 녀석은 회색 강아지 한 마리와 함께 외갓집으로 보내졌다.


몇 달 뒤 녀석은 회색 강아지와 새끼를 낳았고 우리는 반가운 재회를 했다. 녀석과 나는 서로만 알고 있는 비밀을 눈빛으로 공유했다.


옆 집 아주머니에게 나란 사람은 줬다 뺏는 얌채이자 도둑놈이었다. 녀석에겐 은인이었을 수도 있고 가만히 두어도 될 것을 괜한 짓을 한 사람일 수도 있겠다. 나쁜짓인 줄 알았지만 그 시절 나는 녀석의 울음소리에 이끌렸고 생애 가장 짜릿했던 도둑질을 했다. 어렸으니 그럴만했다거나 착한 도둑질로 포장하고 싶진 않다. 다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내 행동이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부끄럽게도, 나는 도둑질로 배웠다.